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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12년 연속 집권 마감… ‘무지개 聯政’ 개막

입력 : 2021-06-14 21:00:00 수정 : 2021-06-14 22: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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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 새 정부 승인

신임안 찬성 60명… 1표차로 통과
좌·우파, 아랍계 등 8개 정당 동거
외교 기존 노선·내정에 주력할 듯
베네트 신임총리 “국민 통합할 것”
바이든, 축하성명 “안보 지지 계속”

네타냐후, 리쿠드당 대표직 유지
“좌파정권 위험… 결국 무너뜨릴 것”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신임 총리(오른쪽)가 13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새로운 연립정부 신임안 표결이 끝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의회가 새 연정을 승인함에 따라 네타냐후 전 총리의 12년 집권이 막을 내렸다. 예루살렘=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2)가 야권의 협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9년 두 번째로 권좌에 앉은 지 12년 만이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13일(현지시간) 특별총회를 열고 새 연립정부 신임안을 1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의원 120명 가운데 60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 59표, 기권 1표였다. 이로써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 아랍계 등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8개 정당이 동거하는 ‘무지개 연정’이 공식 출범하게 됐다. 텔아비브 라빈 광장에는 네타냐후의 실각을 환영하는 시민들이 모여 이스라엘 국기와 무지개 깃발 등을 흔들었다.

 

새 정부의 첫 총리는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가 맡는다. 야미나는 의석수가 7석에 불과하지만 연정 논의에 막판 합류하면서 연정 성사의 무게추 역할을 했다. 연정 논의를 주도한 예시 아티드(17석)의 야이르 라피드(58) 대표는 먼저 외무장관을 맡은 뒤 2023년 8월 베네트와 자리를 맞바꾼다. 반(反)네타냐후 연정 성사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한 셈이다.

 

베네트는 이날 의회 표결 후 첫 내각 회의를 열고 신생 정부가 흔들림 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자제력’과 ‘신뢰’를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그는 “새 정부는 지난 2년간의 정치적 교착에서 비롯된 국민적 분열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질적인 정당 간의 이념적 차이에 대해 자제심을 보여달라고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2019년 4월 이후 네 차례나 총선을 치를 정도로 극심한 정치적 분열상을 노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2017년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지고도 총리직을 지키기로 한 것이 결정타였다. 우파는 그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며 분열했고, 네타냐후는 정권을 지키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반대파를 악마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새로운 연립정부를 승인하며 극우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새 총리에 취임했으며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는 12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왔다. 텔아비브=AP뉴시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반대표 조직을 위해 사활을 걸었으나, 야미나에서 이탈표 1표가 나오는 데 그쳤다. 연정에 동참한 아랍계 정당 라암에서 1명의 의원이 지지를 철회했지만, 반대표를 던지는 대신 기권을 택하면서 12년 연속 집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의회 표결이 끝난 뒤 베네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는 했으나, 리쿠드당(30석) 대표직을 유지하며 새 정권 타도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여러분을 이 나쁘고 위험한 좌파 정권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이끌어 결국 쓰러뜨릴 것”이라며 “그 시기는 신의 도움에 힘입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새 정부가 미국 민주당과 긴장을 드러냈던 네타냐후 집권기와 달리 초당적 지지를 추구하는 전통적 대미 접근법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NYT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새 연정 출범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는 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베네트는 의회 표결 직전 연설에서 이란 핵 프로젝트를 이스라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이란) 핵합의 복원 시도는 실수”라고 말해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

 

다만 영국 BBC방송 등은 연정에 참여한 8개 정당이 ‘네타냐후 축출’ 외에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는 만큼 새 정부의 파행을 초래할 수 있는 외교 정책보다는 경제 재건과 교육·보건 개혁 등 내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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