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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 되풀이하는 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입력 : 2021-03-05 03:00:00 수정 : 2021-03-04 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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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옥자’ 음악감독 정재일
10년 만에 정규앨범 ‘시편’ 발표
‘둥글게 둥글게’ 음악 재구성
“아주 사적인 기도의 의미 담아”
10년 만에 정규 3집 앨범 ‘시편’을 발표한 작곡가 정재일. 유니버설뮤직 제공

영화 ‘옥자’와 ‘기생충’의 음악감독이며 2018 남북정상회담 환송공연 ‘하나의 봄’의 작곡자이자 연주자인 정재일. 만 3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0세 땐 기타를 잡았다는 이 천재 아티스트가 10년 만에 정규앨범 3집 ‘시편(Psalms)’을 내놨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절친한 현대미술 작가 장민승과 함께 선보인 시청각 프로젝트 ‘둥글게 둥글게’를 위해 만든 음악들을 갈무리하고 확장한 앨범이다.

정재일은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지난해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어와서 아주 사적인 기도의 의미를 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제 이름을 붙여서 음반 형태로 만들었다”고 이번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새 앨범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코어링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현악 앙상블과 현지 합창단의 아카펠라, 그리고 판소리 구음 등으로 구성된다. 총 21곡인데 시편의 구절을 뜻하는 숫자, 그리고 정재일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편으로 제목이 붙여졌다. 정재일은 “라틴어 합창이기 때문에 합창으로 유명한 헝가리 합창단과 지휘자의 도움, 조언을 받아 한 곡 한 곡 써 내려갈 때마다 상의하며 돌다리 두드려가듯 만들었다. 녹음은 부다페스트 녹음실과 제 작업실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재일을 사로잡은 시편 구절은 “기억하소서, 제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당신께서 모든 사람을 얼마나 헛되이 창조하셨는지를…”이다. 정재일은 “우리 자신에게 말하고 되뇌게 하는 ‘만트라’ 같았다”며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 그럼에도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운명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1979년 부마항쟁, 80년 광주, 그리고 88 서울올림픽을 회고하는 작업에 쓰인 음악답게 앨범은 시종 경건하면서 침통해서 듣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메모라레’(memorare·기억하소서)로 현대사 속에 스러져간 이들을 잊지 않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한다. 82년생으로서 80년 5월 광주를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해 정재일은 “아직 치유되지 못한 거대한 슬픔 앞에서 그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 말고는 조무래기 작곡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천재적 음악성으로 정평 난 정재일이지만 항상 자신의 음악을 성실한 작업의 결과물로 강조한다. “하염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후 현재는 이정재·박해수 주연의 넷플릭스 작품 ‘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을 준비하고 있다. 정재일은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내가 표현해 낼 수 있는 이야기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아주 능수능란한 영화음악가가 아니기에 그다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작품을 선택할 때 첫 번째 기준은 대본의 내용과 결이겠고, 그다음 감독님의 콘셉트”라고 답했다. 앨범만큼이나 콘서트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정재일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종식되어서 안전하게 서로 마주 앉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주위에 무대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예술가들이 큰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 어서 나와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소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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