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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드크로스 현실화에… 인구절벽 공포감 엄습 [긴급진단-첫 ‘인구 자연감소‘… 흔들리는 대한민국]

입력 : 2021-03-06 14:00:00 수정 : 2021-03-06 12: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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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 책임질 15∼64세 급감
청년 줄어 산업환경 변화 대응 못해
국민연금·건강보험 고갈 ‘빨간불’
지방소멸·병력자원 감소도 심각
출산 장려금 준다고 아이 안 낳아
육아부담 덜 실질적 지원책 필요

지난해 사상 첫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 초과)가 현실화하면서 인구절벽의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제도 붕괴, 군사력 약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한국의 신화는 인구 소멸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여성 인력의 고용을 늘리는 등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육아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병력 부족… 국가경쟁력 하락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세가 총 인구 감소세보다 더욱 가팔라 우리 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3764만5000명에서 2019년 3759만명으로 줄어 처음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2050년엔 2448만7000명으로 2019년 대비 34.8%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72.7%에서 2050년 51.2%로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2017년) 보고서에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7년 후 실업률이 하락하고 약 20년 후 노동부족 현상이 본격화했지만 한국은 이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소세가 일본보다 빠르고 15∼64세 인구 내에서도 50∼60대 연령층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실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는 세계적 제조업 둔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노동수요가 감소해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지만, 10년 이내 노동부족 문제가 한국 경제성장의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특히 청년인구 감소로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학력·고숙련의 젊은층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큰 청년인력이 부족해지면 한국 경제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 저출산 현상에 의한 인구절벽은 국방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2010년대 30만명대 중반이었던 20세 기준 남자 인구가 2020년대에는 20만명대 중반으로 감소하고, 2040년에는 10만명대 중반으로 또다시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갈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33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2018년 발표한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최고점에 이른 뒤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상은 이보다 3년 빠른 2054년이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2020년 1.24명, 2030명 1.32명, 2050년 이후 1.38명으로 상승한 뒤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다. 이미 가입자들이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많아 매년 20조원 이상의 부채가 쌓이고 있다. 2024년 고갈이 예측되는 건강보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인 의료비 증가를 미리 막을 수 없고 리스크가 큰 후기노령인구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해 보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더 비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기 전에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며 “여기에 더해 60세로 고정돼 있는 정년을 유연화해서 임의계속가입을 아예 제도화하거나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등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을 과감하게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에 대해 노동력을 상실한 보호대상으로 보는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일하면서 나이를 먹도록 일자리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전망실장은 “디지털과 비대면이 중심이 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젊은이들이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대학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등 인력양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향후 인적자원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일자리와 연계해 인턴을 늘리거나, 직업훈련·창업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 급락하는 출산율… 못 쫓아가는 통계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이었다. 이는 통계청이 2019년 3월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전망한 기준 시나리오인 중위 추계 합계출산율(0.90명)을 크게 밑돌았다. 긍정적 시나리오인 고위 추계(1.06명)와는 거리가 멀었고, 부정적 시나리오인 저위 추계(0.81명)에 근접했다. 이처럼 통계청의 인구 추계가 빗나간 것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등 인구문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5년마다 장래인구추계를 내놓는데, 2016년에 내놓은 수치보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2019년에 특별추계를 내놓으며 출산 관련 수치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는 큰 차이를 보여 올해 말 장래인구추계가 새롭게 발표될 때 합계출산율 전망치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할 때는 혼인과 출산 등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당시 추세를 반영해 계산한다”며 “추계치보다 실적치가 낮은 것은 출생아 수 감소 추세가 최근 더 급격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0년 64.7%에서 2020년 51.2%로 10년 만에 15%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결혼 의향은 2015년 64.7%에서 2018년 45.3%로 3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뚝 떨어졌다. 결혼이 줄면 출산이 감소하고, 결혼해도 출산 의향이 떨어지면 결국 인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혼 분위기로 여성의 혼인 연령이 상승하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10년 28.9세에서 2015년 30.0세, 2019년 30.6세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혼인 연령이 상승하면 평균 출산연령도 높아진다.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지난해 33.1세로 전년 대비 0.1세 상승했다. 혼인이 늦어지면 가임 기간 자체가 짧아져 전체 출생아 수와 출산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혼 후 처음 아이를 낳는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출산의 주 연령대인 30대 초반의 인구가 현재는 적은 시점이다. 1980년대 ‘가족계획’ 정책이 강해 당시 태어난 여성도 적었다. 하지만 1991년 이후 태어난 여성들이 30대에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출생아 수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런 희망에 기대 낙관할 수는 없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혼인이 급감했다. 결혼과 임신 및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난해 혼인 감소의 영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주 출산연령인 30대 초반 인구의 증가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지난해 혼인 감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올해 출산율이나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생산인구 갈수록 급감… 경제성장 발목 ‘악순환’

 

‘2020년 합계출산율 0.84명’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감소했다. 국내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한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대한민국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주는 ‘인구절벽’ 상황에서는 경제적·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져 국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상당수 국민은 생존권과 기본권 침해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연쇄 붕괴도 우려된다. 인구 급감으로 교육·의료 등 기본적 생활 인프라가 없어지는 지역은 고령자만 남으면서 소멸 시점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별 의미 없는 땜질식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세금을 퍼붓기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제대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수십년 동안 출산율이 줄곧 줄어들면서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2019년 약 73%에서 30년 뒤 약 51%로 줄어들 전망이다. 절반이 겨우 넘는 인구가 국가경제를 견인하게 된다는 말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추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생산과 소비 활동 주체가 모두 줄면서 경기 침체가 고착화할 수 있다.

 

국가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납세자가 급감하는 반면 급증하는 고령자를 위한 기초연금 등 복지비용이 폭증하면서 나라곳간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온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기금 고갈 시기를 각각 2054년과 2024년으로 내다봤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갈수록 인구가 주는 청년 세대는 늘어나는 노년 세대 부양을 위해 막대한 세금과 연금을 부담한 뒤 정작 본인은 납부액 만큼의 혜택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행정안전부의 지난해 한국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년 대비 인구가 늘어난 지자체는 65곳에 그쳤다. 행안부는 “교육·의료 등 주거 여건과 경제 기반이 취약한 지방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통폐합되거나 그럴 위기에 몰린 유·초·중·고가 적지 않다. 교육·의료·보육 등 기본 정주 여건의 미비 현상은 다시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는 연쇄적으로 지역과 국가 경제를 발목 잡아 대한민국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병역자원 감소는 안보 역량 약화를 초래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인구절벽에 대응하려면 병력 위주 군 구조를 장비 위주로 바꾸어야 하는데 예산 부족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구절벽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출산·보육 정책과 함께 복지·노동·경제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인구를 늘리려면 출생 시 장려금 지원과 같은 일회성 정책보다는 얼마나 돈을 안 들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등 제반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며 “생산인구 증가에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편입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포섭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지금까지의 출산 정책은 ‘복지’ 측면에서 이뤄졌다면 앞으로의 출산·보육 정책은 보다 ‘경제’의 측면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나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희원·박유빈·박수찬·우상규·남정훈·정지혜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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