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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 자발적 참여?… 업계 “사실상 ‘팔 비틀기’”

입력 : 2021-01-26 06:00:00 수정 : 2021-01-26 07: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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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發 논의에 文 “돈버는 기업 동참”
與, 기부금 내면 세제 혜택 등 논의 속도

재계 “기업 자율성 침해 위헌 소지” 반발
코로나 수혜 플랫폼업계, 與 간담회 거절
수수료 수익 늘어난 금융사도 ‘좌불안석’
전경련 “신중 검토”… 野 “민간 희생 강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들고 나온 ‘이익공유제’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민주당은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사실상 기업 ‘팔 비틀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며 이익공유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후 민주당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에서 이익공유제가 논의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대상들을 돕는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게 하자”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감염병 확산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업계나 업체가 피해를 본 업종·계층과 이익을 나누도록 한다는 게 취지다. 호황 업계가 피해를 본 업종·계층에 자발적으로 이익을 나줘 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민주당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기금 조성’ 가닥… 속타는 IT·금융업계

2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 불평등 해소 TF는 양경숙 의원을 중심으로 재난 극복을 위한 상생협력기금과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 개념을 언급한 뒤 기금 조성과 목적세 신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계기로 기금 조성안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들이 출연해서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또는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제안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부각된 금융사와 IT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감내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임을 이해한다”면서도 “시장에는 자정작용이라는 게 있다. 다 잘될 수는 없기 때문에 걸러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막아 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은행 실적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연체 등이 통계 자체에 잡히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쌓였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IT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당 지도부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라이엇게임즈 등 4개 플랫폼 기업이 만나는 간담회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거절 의사를 밝혀 불발됐다. 기업들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가 간담회 의제로 다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위헌 소지 있다” 산업계 반발… 야당도 우려

재계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자발적 동참이라지만 강제성이 다분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최근 ‘이익공유제에 대한 KIAF 건의문’을 채택했다. KIAF는 “상생 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상생방안 모색과 이익공유제 도입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피해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이를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며 제도 자체의 위헌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 자료를 통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이익공유제 논의로 인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를 자발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강제하는 순간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말 자발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가 곤란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책위 산하 ‘정부정책 감시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날 이익공유제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특위 위원장인 이영 의원은 “벼랑 끝에 몰려 고통받고 있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손실 보상은 필요하지만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의 주머니를 털어 생색내겠다는 집권 여당의 발상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MB·박근혜 정부 때도 추진… 재계 반발에 좌초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익공유제가 우리 사회에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익공유제는 이전 정부나 국회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차원에서 여러 차례 제안된 정책이다. 하지만 이렇다할 상생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익공유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반대가 워낙 완강했던 데다 그 이론적 기반도 취약했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익공유제 개념은 2011년 이명박정부 때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주도했다. 그는 2011년 2월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윤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그 일부를 중소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개발, 고용안정에 나눠 주는 형태의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정부와 여당, 재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대기업 이익을 서민에 할당하자는 급진 좌파의 주장”이라며 비판했고, 김황식 국무총리도 “파격적인 내용이라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2011년 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나온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기업소득환류세제’도 같은 맥락이다. 2015년 당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축산업계가 손해를 보는 만큼 이익을 보는 산업분야가 이익의 일정 금액을 떼어내 피해 산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제안이 나왔다. 이 역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을 골자로 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출범 당시 FTA 수혜기업들이 매년 1000억원씩 출연해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모금액은 1242억원으로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여당은 이번 이익공유제가 과거 모델과 다르며 해외 모델을 참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회의에서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 영국 롤스로이스, 일본 도요타도 이익공유제 개념으로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익공유제의 해외사례를 강조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익공유 모델로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미국 크라이슬러, 미국 던킨도너츠, 프랑스 로레알을, 플랫폼-파트너 협력모델은 애플과 아마존, 베스티에르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하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사례들이 위험요소는 제외하고 입맛에 맞는 부분만 짜깁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우중·남정훈·남혜정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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