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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다산의 희망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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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22 22:26:40 수정 : 2021-01-22 22: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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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라는 말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2014년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0.86명으로 저출산율 세계 1위다. 코로나19보다 더 두려운 실태라고까지 한다.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기술상을 수상한 ‘칠드런 오브 맨’(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2009년 이후 전 세계에 아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 상태가 지속되는 2027년,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인류의 최연소자인 18세 소년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보도에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국 필리스 도러시 제임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테러, 이민자, 불임 등의 심각한 문제를 지닌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전 세계가 테러로 무너지고 영국군만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8년째 이민 봉쇄령으로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격리시키는 분리정책을 지속한다. 거리에서 눈에 띄는 이민자들은 쇠창살로 된 거리감독에 갇혀 있다가 격리공간으로 실려 간다.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방불케 한다.

동력자원부에 근무하는 테오(클라이브 오언)와 한때 부부였던 줄리엔(줄리언 무어)은 반정부 인사로 활동한다. 그녀는 유일한 임신부이자 흑인 이민자 키(클레어-호프 애시티)의 임신 사실이 정부에 알려지면 정부가 어떻게 정책에 이용할지 알 수 없으므로 그녀를 보호하고자 한다. 그녀는 권력가 집안인 테오의 사촌을 이용하여 키가 ‘미래호’를 타고 출국할 수 있도록 여권을 만들어달라고 테오에게 부탁한다. 얼결에 키의 일에 동참하게 된 테오는 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며 돕게 된다. 인류에게는 마지막 탄생인 키의 아기는 테러에서의 도피 중에 태어나고 키는 인류의 희망이 된다.

킹 크림슨의 올드 팝과 장중한 존 태버너의 음악이 디스토피아적 감성에 호소하는 이 영화에서 말하는 극단의 불임사태가 섬뜩해지는 것은 다가올 현실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대한 희망은 어디 있을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될 것이고, 개개인도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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