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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4개월 이상 폭염 지속… 80년 뒤 겨울이 사라진다 [연중기획-지구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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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24 10:00:00 수정 : 2021-01-24 1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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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
저탄소·고탄소 ‘극과 극’ 2100년
저탄소 실현 땐 기온 80년간 2.6도 상승
탄소 감축 외면하면 무려 7도나 치솟아
극저온기간도 1년 36.5일 → 1.7일 급감
강수량 14% 늘어… 저탄소 땐 3%만 증가

기후변화 ‘홍역’ 이미 진행 중
한파, 북극 해빙 따른 제트기류 굴곡 탓
여름엔 제트기류가 한기 막아 폭염 심화
강수량 극단화로 물폭탄·긴가뭄 ‘널뛰기’
대기순환 급변, 장마 예측 더 힘들게 해

인류가 탄소배출량을 현재에서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에너지 구조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지 못하면 2100년에 한반도 평균기온이 7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한 해 36.5일 수준인 폭염에 해당하는 온난일(하루 최고기온이 기준기간의 상위 10%를 초과한 연중 일수)은 이 시기가 되면 93.4일 늘어 129.9일에 달한다. 일 년 중 4개월 이상 폭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어차피 2100년까지 살지 못한다고 기후변화를 멀게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럼 2024년 여름에는 7월부터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2025년에는 하루 종일 빗소리만 들어야 한다면 어떨까. 지난겨울은 역대 3위로 꼽히는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으나 지난 8일에는 20년 만의 강추위가 닥쳤다.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를 겪는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추위, 뒤끝은 진하게

기상청은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2100년까지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을 담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반도 기후변화 추세를 저탄소 사회를 가정한 SSP1-2.6과 고탄소 사회를 가정한 SSP5-8.5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했다. 시나리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립기상과학원, 부산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공주대학교 모델 4종 결과를 평균했다.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는 저탄소·고탄소 시나리오 각각 한반도 평균기온이 1.6도, 1.8도 상승하겠다고 전망해 비슷했다. 반면 먼 미래(2081∼2100년)가 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선 기온이 2.6도 상승하는 데 그치나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7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탄소 시나리오대로라면 21세기 후반 극한 저온현상은 감소해 한랭야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랭야는 일 최저기온이 기준기간(1995∼2014년)의 하위 10% 미만인 연중 일수를 말한다. 현재 한랭야는 36.5일 발생하나 이대로면 1.7일로 줄어든다.

다만 온난화가 한반도 추위를 녹이기 전까지 ‘북극 한파’는 수시로 찾아올 확률이 높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온난화가 빠른 곳 중 하나다. 해빙이 녹으며 빛을 반사하던 얼음이 줄고 대신 물과 땅에서 흡수하는 빛의 양은 증가해 2∼3배 빠른 온난화가 진행된다. 원래 북위 60도 부근을 평행하게 도는 바람인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기온 차가 적을수록 구불구불하게 불며 기류에 굴곡을 보인다. 한반도가 제트기류 골에 갇히면 찬 바람이 내려와 이번 겨울처럼 추위가 닥친다.

북극 온난화는 중위도 폭염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제트기류가 고위도를 향하는 데 한반도가 놓이면 한기가 남하하지 못한다. 이 경우 더운 기단에 갇혀 극심한 불볕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

◆100점과 0점의 평균도 50점

강수량은 기온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수증기 증발부터 강수까지 비가 내리는 원리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분명한 경향성은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그만큼 더 오르고 수증기 함유량이 늘어 강수량이 늘 수 있다는 점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반도 강수량은 가까운 미래에 3% 감소하지만 먼 미래에는 14%까지 증가한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고 가정한 SSP1-2.6 시나리오로는 먼 미래에도 강수량이 3% 증가하는 데 그친다.

비가 불규칙하게 내리는 패턴이 심화해 연도별 강수량이 극단적으로 차이 날 수 있다. 몇 년을 평균 낸 강수량 추세는 현재와 큰 차이 없이 약간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해도 실제 연도별 강수량은 양 극단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미래기반연구부 연구관은 “미래 어느 시기든지 호우는 증가하나 무강수 일수가 함께 소폭 증가한다는 수치는 비가 안 내릴 경우 아예 가뭄 형태를 유지하고 비가 내릴 때는 홍수가 날 정도로 쏟아진다는 의미”라며 “지속적 상승을 보이는 기온 변화와 달리 강수는 형태가 양극단화해서 가뭄과 홍수를 다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널뛰기 장마’도 흔해질 수 있다. 가령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에 따라 제주도부터 북상하던 장마전선이 북한에 먼저 걸치거나 남부에서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린 지난해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굉장히 발달하고 전선이 동서로 길게 걸친 상태로 거의 움직이지 않아 장마가 장기간 지속됐다. 태풍 경로도 북태평양 고기압과 연관성이 크다.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단 확장 형태에 따라 우리나라 영향 여부와 직결된다.

변 연구관은 “지구온난화가 기온상승뿐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 대기 순환 자체를 바꾸는 형태”라며 “온난화에 따른 바람 변화가 변동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 같은 큰 기단의 확장·수축도, 이를 따라서 흐르는 기류의 변화도 ‘대기 순환이 변화했다’고 통칭한다. 변 연구관은 “장마전선이 어느 지역에 형성돼 언제 호우가 얼마나 내릴지가 미래의 강수량을 좌지우지하게 되는데 아직 우리의 과학적인 지식으로는 어느 시점에 전선대가 걸린다고 계산할 수 없어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모든 행정기관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이행하고 기후변화 완화·적응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보고서는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시점인 중미래(2041~2060년)에 한반도 기온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3.3도 오르지만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1.8도로 상승폭이 억제되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중미래 기간을 지나며 온실가스 경로가 많이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갈수록 기온 상승폭과 강수 증가폭이 매우 커지는데 거꾸로 말하면 현재처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억제하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면 중미래, 먼 미래에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농도 외에 각종 사회경제지표 정량 계산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는 우리말로 ‘공통 사회경제 경로’라 번역한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외에도 향후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행 여부 등에 따라 바뀌는 자연적·인위적 요인까지 반영한 새로운 온실가스 경로(농도 변화)다.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더해 인구와 경제, 토지 이용, 에너지 사용 등 다양한 사회경제 지표를 정량적으로 계산한다. 이 경로에 따라 기후변화 추세를 예측한 내용이 SSP 시나리오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해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검증 프로젝트(CMIP6)가 개발했다.

 

SSP를 개발하기 전에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만 고려한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대표 농도 경로)를 적용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RCP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가 추가로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를 말하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상징한다. 예컨대 RCP8.5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태양에너지 8.5W/㎡가 흡수된다는 뜻이다. RCP는 추가 흡수되는 태양에너지 양을 2.6∼8.5W/㎡ 사이 4단계로 나눠 각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숫자가 커질수록 온난화 정도가 심해진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 SSP는 온실가스 농도 외에 사회적 노력과 적응 역량까지 고려한다. SSP1-2.6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하고 화석연료 사용은 최소화한 가장 친환경적인 사회다. SSP단계가 높아질수록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SSP5-8.5는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산업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데 중심을 둔, 기후정책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사회다. 이런 사회일수록 탄소 농도가 높다.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은 SSP1-2.6과 SSP5-8.5를 중심으로 비교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단연 SSP1-2.6이다. SSP5-8.5와 비교해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 평균기온을 18도에서 14도로 낮출 수 있다. 평균기온 0.5도 하락은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만 최대 1000만명을 줄일 수 있는 변화다. RCP와 비교해 SSP로 기온 상승폭이나 강수량 변화폭이 심화한다. RCP8.5로는 먼 미래 평균기온이 4.7도 오르나 SSP5-8.5에 따른 기온 상승폭은 7.0도나 된다. 지구는 온 인류가 온난화 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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