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쟁 같은 그라운드 누빈 ‘아르헨 축구영웅’

입력 : 2020-11-26 20:35:07 수정 : 2020-11-26 22:23: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마라도나, 그는 누구인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이끌어
경기장 안팎 기행… 구설 오르기도

디에고 마라도나가 생전에 남긴 산술적 기록은 이름값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 선수 생활 동안 우승은 단지 9회, 그중 리그나 유럽대항전 등 굵직한 트로피는 4번뿐이다. 게다가 선수 시절 악동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기행을 일삼았다. 불성실한 몸 관리로 전성기도 짧아 한창 뛰어야 할 30대 초반에 경기력이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이쯤 되면 짧게 불타올랐다가 쉽게 잊히는 ‘반짝스타’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력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마라도나를 펠레와 함께 역대 최고의 축구 스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짧았지만 그만큼 화려했고, 강렬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의 플레이를 두 눈으로 마주하게 되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마라도나는 현대축구와 달리 거친 태클이 난무해 전쟁 같았던 1980년대의 그라운드를 오직 타고난 재능만으로 돌파했다. 상대 팀들이 오직 그만을 집중 견제해 2~3명의 수비수가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특유의 균형 감각과 놀라운 기술, 그리고 왼발 킥으로 끝내 이겨내고 놀라운 장면을 만들곤 했다. 이를 통해 최전방 공격수가 아님에도 프로리그에서 300골이 넘는 득점을 올렸고, 대표팀에서도 34골을 넣었다.

 

이 중 ‘마라도나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그의 신들린 축구가 정점에 오른 대회다. 신장 167㎝의 단신 선수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계 축구 열강들의 견제를 뚫고 끝내 정상에 오른 것.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6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제치고 넣은 두 번째 골은 역대 월드컵 최고 득점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마라도나는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초반 고전하던 아르헨티나를 끝내 결승에 올려놓기도 했다.

다만, 마라도나는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슈퍼스타이기도 하다. 기행으로 여러 구설수에 올랐고, 특히 1986년 잉글랜드와의 8강전 첫 번째 득점 논란은 은퇴 후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당시 공중으로 날아온 골이 마라도나의 손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간 뒤 득점으로 인정됐고, 경기 뒤 마라도나는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들어낸 골”이라고 밝혀 이후 이 득점은 ‘신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마라도나는 당시 의도적으로 손을 뻗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그의 선수 말년이다. 마라도나가 성실한 자기관리로 좀 더 오래 그라운드에서 활약했다면 어떤 전설을 남겼을까 많은 축구팬이 궁금증을 감추지 않는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도중 도핑 테스트에 적발돼 중도 귀국한 뒤 다시는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그의 환상적인 축구는 오래된 영상과 팬들의 기억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됐다.

 

서필웅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김나경 '비비와 다른 분위기'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