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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친 페루 어린이에게 ‘꿈’ 심어줬죠”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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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6 06:00:00 수정 : 2020-10-25 22: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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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서 사생대회 연 여원미디어 김동휘 대표
“그림은 세계 어린이의 공통 언어
대회 대성황… 양국 우호증진 성과
수상작은 그림책으로 출간키로
중남미 개도국 문화적 지원 필요
동화전문 박물관 건립하고파”

“제가 지난 10여년간 중남미 국가 도서전을 다니면서 친숙해진 나라 가운데 한 곳이 페루입니다. 이곳도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바깥 활동도 할 수 없어 답답해해요. 그래서 이곳 아이들을 위한 작은 미술대회를 현지 한국대사관과 개최했는데 페루 전역에서 아이들이 대거 응모하는 성황을 이뤘습니다. 페루 아이들에게 예술가의 꿈을 심어 주고 양국 우호 증진에 보탬이 됐기에 보람이 작지 않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아동출판사 여원미디어 김동휘(65) 대표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페루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국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페루 이야기 그림대회’를 열었다. 어찌 보면 이 행사는 페루 아이들이 페루의 자연과 일상을 주제로 보내온 그림 작품을 심사해 소정의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우리나라 학용품을 주는 작은 문화행사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어린이 행사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K팝으로 친숙한 한국에서 주관하는 행사임이 알려지면서 엘코메르시오, 라레프블리카, 라라손 등 주요 신문과 페루 국영 TV 등에서 ‘한·페루 어린이 우호 행사’로 집중 소개됐고, 페루 전역에서 6000여명의 어린이가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교민사회에선 큰 돈 안 들인 이번 행사로 우리나라에 대한 페루인의 호감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김동휘 대표가 페루정부와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함께 주최한 ‘한국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페루 이야기 그림대회’ 출품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휘 대표 제공  

23일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선의의 작은 문화 행사가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며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크리스티 로바토양이 코로나19가 잦아들면 한국을 방문해 K팝 가수와 한국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따라서 코로나 상황을 봐서 그림대회 수상한 어린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림은 세계 어린이들의 공통 언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림으로는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을 꿀 수 있다. 누구나 어디서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림 그리기 행사를 고안했다”며 “중남미지역 문화에 정통한 페루 한국대사관 박선태 공사와 지난 10년간  중남미지역 도서전마다 다니며 ‘발품’을 팔아온 제가 의기투합해 일일이 페루 정부와 현지 언론사 등과 접촉해 이룬 작은 성과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30여 수상작은 ‘페루 어린이들이 한국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란 제목의 그림책으로 조만간 양국에서 동시 출간한다. 

크리스티 로바토양의 그림대회 대상 수상작. 김동휘 대표 제공

김 대표는 “페루 정부는 이번 행사 후에 현지 한국대사관과 우리 출판사에 코로나 와중에 자국 어린이를 위한 좋은 문화행사를 개최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 내년에도 이런 문화행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소개했다.

 

사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동화한류를 개척해온 출판계 명사다. 2003년 이탈리아 볼로냐를 시작으로 방콕·런던·대만·프랑크푸르트·도쿄·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수많은 해외 도시 도서전에 그림책과 아동도서를 들고 돌며 그간 50여개국에 600여종 500여만권을 수출했다. 그가 펴낸 책은 그간 볼로냐 아동 도서전 라가치상, BIB 황금사과상, 노마 콩쿠르상 등을 받았다. 특히 2009년에는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으로 아동도서 출판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그가 ‘공’을 많이 들여온 중남미권에선 수년 전부터 수출 아동도서들이 독서부교재(어린이 권장도서)로 채택돼 널리 읽히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 ‘우리집 예쁜자’, 칠레에서는 ‘꿈꾸는 세모’ ‘나무가 말하기를’, 파나마에선 ‘춤추는 돌멩이’, ‘아이다’, 과테말라에는 수학시리즈 ‘곰곰 씨와 담담이의 꿈’ ‘누구알이 더 많을까’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중남미 개도국에는 경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정치나 이념성이 배제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행사는 장기적인 지한파나 한국 마니아를 확보하고 미래의 우호적인 상품시장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원미디어 김동휘 대표는 23일 인터뷰에서 “페루 등 중남미에선 K팝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 국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는 문화행사 지원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넓히고 중남미국가와의 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만큼 출판계를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김 대표는 그림 동화전문 박물관 건립 구상도 밝혔다. “그간 제가 세계를 돌며 수집하고 30여년간 발행한 그림책과 동화, 그림 원화 등 수십만점의 기본 자료에다 향후 2∼3년간 전시 자료를 모은 뒤 국내 유일의 동화전문 박물관을 세울 계획입니다. 박물관 내에는 특히 그림작가들의 특별한 창작 공간도 마련해 동화 한류의 전진기지로 만들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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