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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홀로코스트 생생한 회고록

입력 : 2020-10-24 03:00:00 수정 : 2020-10-23 18: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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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제이콥스/김영진/서해문집/1만8000원

아우슈비츠의 치과의사/벤저민 제이콥스/김영진/서해문집/1만8000원

 

“나는 유대인이고, 141129번 수용자였으며, 수용소 내 치과의사였다.”

‘홀로코스트, 신 없는 세계에서의 나날’이란 부제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수많은 유대인 희생자를 양산한 폴란드 내 독일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수용자였다. 1941년 5월부터 1945년 5월까지 400만~600만명이 학살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대인이다. 저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그가 의사였기 때문이다.

죽음의 수용소에 웬 치과의사라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아울러 그동안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숱한 수기,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이 나왔는데 이 책은 무슨 차별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을 학살하기 전에 최대한 노동력을 착취하였고, 이를 위해 치료 도구와 의약품이라곤 붕대나 요오드, 진통제뿐이지만 의무실을 뒀다.

저자는 치과의사였기 때문에 수용자들 입안은 물론 이들을 감시하고 학살하던 나치의 입안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왕진을 다니면서 수용소 내 이곳저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때론 수용소 바깥의 폴란드 소녀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책은 저자가 종전 후 미국에 이민 가 70세가 넘어 기록한 것이다. 그는 요새화된 벽, 철조망, 발사대, 막사, 교수대, 가스실, 잿빛 소각장, 인체실험 같은 걸 대상으로 한 다른 증언자의 기록과 달리 수용소 안의 뭇 인간 군상들을 기록했다.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이와 끝내 신앙을 지킨 이를 비롯해 잠깐의 이득을 위해 동족을 밀고하는 자, 수용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학살하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인간적인 면을 보이는 나치를 보고 느낀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죽은 수용자들 입안에서 금니를 빼라는 명령에 치를 떨고 몸서리치면서도, 한편으론 의사 신분 덕분에 더 많은 배식을 받고 고된 노동으로부터 배제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기도 한다. 작가 뺨치는 치밀한 묘사와 서술 등 저자의 필력도 압권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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