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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vs 기업규제 3법 …‘공정경제 3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0-09-23 06:00:00 수정 : 2020-09-23 0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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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감 몰아주기 불법행위
모회사 주주, 자회사 책임 물어
감사위원은 주총서 따로 뽑아
대주주 의결권도 3%로 제한
담합 피해 누구나 고발 가능
지난해 7월 9일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묶은 명칭이다. 대기업·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아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달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에도 상정됐으나 야당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가장 논란이 큰 조항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제대로 일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다.

대표 소송은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나서서 이사의 불법행위를 묻는 제도다. 이것이 한 회사가 아닌 모자 회사 간에도 가능할 때 다중대표소송제로 부른다.

현재는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가 발생해도 총수 일가가 모·자 회사를 모두 장악했다면 상호 견제가 어렵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런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들이 나설 수 있다. 개정안은 자회사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모회사에 대해 6개월 이상 1%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현재는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다 보니 대주주가 선호하는 인물이 감사 업무를 맡아 견제 기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따로 뽑는다. 감사위원의 선·해임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했다. 적용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나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모비스(21.43%)와 정몽구 회장(5.33%), 정의선 수석부회장(2.62%)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9.38%에 달하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줄어든다.

반면 해외 헤지펀드나 적대적 투기자본은 3% 미만으로 지분을 쪼개 원하는 인물을 감사위원에 앉히는 것이 가능하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재무정보, 사업계획 등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경우 가격담합, 입찰담합, 공급제한 등 소비자 피해가 큰 경성담합에 한해 폐지된다.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은 비금융회사의 부실로 금융회사가 함께 휘청이는 걸 막는 장치를 담았다. 현재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자동차·DB 6개 그룹이 적용대상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 비율, 재무 상태 등이 기준에 미달하면 당국이 경영개선계획 제출·이행을 명령할 수 있다.

 

지난 2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공정경제 3법’ 논란… 전문가들 평가

 

‘상법 개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공정거래 3법’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이들 법안이 대기업·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아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근간인 기업의 자율성과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해 무산된 법안들이 ‘거대 여당’이 장악한 이번 국회에서 별다른 토론 과정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걱정이 큰 상황이다.

 

내부 견제 vs 기업활동 제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거래권 폐지는 내부 거래 규제에 목적을 두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법안”이라며 “다만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과 지분 이상의 권리 행사는 문제가 있지만, 의결권 행사 자체를 막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급작스럽게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하준경 한양대(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이 선진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들에 어려운 사정이 있으니 적응기를 두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비판 목소리도 컸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를 이리 많이 하면 기업들이 굳이 우리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으며, 조동근 명지대(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는 공정경제가 아니고, ‘기업규제 3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한발 나아가 “법은 잘못되면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며 “(여당이) 숫자가 많아졌다고 밀어붙이면 되냐”고 반문했다. 조 교수는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주식 다량 보유자는 발언권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핵심 기업의 영업기밀도 국외나 경쟁사에 유출되고, 산업 스파이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는 “의결권 제한은 ‘트로이 목마’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3일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 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다중대표소송은 외국에 비해서도 지나쳐”

 

학자들은 모(母)회사 주주가 자(子)회사 임원에게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이 외국에 비해서도 기준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도 다중대표소송이 허용되지만,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했을 때만 허용한다. 국회의 우리 개정안은 이와 달리 자회사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모회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해외 헤지펀드나 투기자본의 입김에 기업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상봉 교수는 “규제를 강화해서 외국 자본이 우리 것을 가져가면 그게 진짜 공정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재계를 포함한 민의를 포괄해야 할 국회가 행정부에 앞서 기업 규제에 나서는 데 대한 반발도 거세다. 행정부가 기업을 규제하려고 하면 국회가 이를 견제해 제대로 된 공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규제가 들어서면 기존 규제는 폐지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권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령 영국에서는 2010년 집권한 보수당·자유민주당 연합이 기업규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새로 만들 때 동등한 규제 비용을 지닌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원인원아웃’ 정책을 펼쳤다. 이는 신설 규제 비용의 2~3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원인투아웃’, ‘원인스리아웃’까지 확대됐다.

 

송은아·나기천·박세준·이희진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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