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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주 찍어줄게" 개미 홀리는 '주식 리딩방'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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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0 10:00:00 수정 : 2020-09-20 14: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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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포토샵으로 조작”
다수 리딩방 리더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만 하면 허가… 비전문가 수두룩
현직업자 “투자 안 해본 리더도 존재”

개미들 너도나도 ‘빚투’
리딩방 피해 2년 새 7배 가까이 급증
“수익 안 나면 환불” 광고 믿으면 안 돼
가입 전 계약서 요구·할부결제 등 조언

‘A사, 8000.’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 리딩방’ 리더가 특정 종목의 매수가를 지정한다. 매수 사인에 맞춰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A사 가즈아’를 외치며 주가 상승을 바란다. 리더는 유료방에서 자신의 지시 덕에 돈을 번 투자자들의 수익을 인증하며 “유료방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손실 없이 이익을 거둬들인다”고 투자자를 현혹한다.

 

현재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백 명의 투자자가 모인 방에서 이런 ‘주식 리딩’(특정 종목의 매수, 매도 여부를 알려주는 행위)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검색되는 주식 리딩방만 수백 개인 데다 텔레그램과 개별 문자를 통해 이뤄지는 리딩을 고려하면 그 수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리딩을 해주는 이들 대부분은 유사투자자문업자다.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만 하면 업 영위가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철석같이 믿는 리더가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상당수다. 아예 주식투자를 해보지도 않았거나 초짜도 있다. 유료 주식 리딩방 이용자가 약속한 수익이 나지 않아 환불을 요구하면 막무가내로 환불을 막기도 한다.

 

최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든다.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늘어났지만 주식 이해도는 높지 않다. 주위에서 너도나도 하는 걸 보고 주식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눈앞의 수익’만을 좇다 주식 리딩방까지 가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행태가 그 원인이라며, 주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진 않을지 우려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백만원씩 떼이는 주식투자자들

 

카페 직원으로 일하는 임모(34·여)씨는 지난달 말 한 유사투자자문업 광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150만원(3개월 리딩)을 결제했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연예인 2명이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데다 ‘국가에서 승인을 받은 업체’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갔다.

 

2주 안에 40~50%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가입금액의 90%를 환불해준다고 했지만, 가입하고 나니 업체의 말이 달라졌다. 임씨는 “과장광고인 걸 깨닫고 가입철회요청을 했지만 온갖 소리를 지르면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리딩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나오니 분통할 뿐”이라고 했다.

 

50대 이모씨도 6개월간 리딩을 받는 조건으로 지난 6월 400만원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씨는 “업체에서 주는 종목이 다음날 장 시작 때 예외 없이 오르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가입했다”며 “막상 가입하고 나니 리딩이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업체에서 찍어준 종목이 다음날 장 시작 때 오르는 건 시간 외 거래에서 가격이 오른 종목을 알려줘서다. 시간 외 거래로 가격이 오른 종목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뻔한 정보로 전문가 행세를 한 셈이다.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개인투자자들을 노리고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신고하는 업체도 7~8월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37건에 불과했던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는 7월과 8월 각 70건, 64건으로 뛰었다.

 

신규 유사투자자문업자와 개인투자자들이 뒤엉키면서 주식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추후 폭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미 유사투자자문업으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475건에 불과했던 주식투자정보서비스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8년 1621건으로 3.4배나 점프했다. 지난해엔 3237건으로 2년 새 7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식 인구는 늘어나는데 제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사실상 민원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는 데엔 주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투기성 상품에 ‘몰빵’을 하거나 빚을 내서 단타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도 한몫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기회를 놓치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 같다”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투자하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직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말하는 진실… “수익률은 포토샵으로 조작한다”

 

주식 리딩방에서 종목을 추천해주는 이들은 정말 전문가일까. 추천 종목은 어떻게 고르는 것일까. 유사투자자문업에서 일했거나 몸담고 있는 3명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식시장에 능한 ‘전문가’란 존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2년째 주식 리딩방 운영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주식 리딩방엔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종목 추천을 해주는 사람 중) 개인 투자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도 있다”며 “나 역시도 주식을 모르는 상황에서 리딩을 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3개월간 유사투자자문업체에서 일하다 회의감을 느껴 회사를 나온 B씨는 “단언컨대 전문성은 0%”라며 “주식을 해봤던 사람 위주로 뽑기는 하지만 주식거래를 해봤다 정도일 뿐 아는 게 없다”고 했다. 2개월째 유사투자자문업에서 종사 중인 C씨 역시 “전문가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있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매수, 매도 신호를 준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를 ‘혹’하게 하는 ‘높은 수익률 인증샷’도 포토샵으로 조작된 가짜 사진인 경우가 많다. A씨는 “대부분 회사마다 1명씩 포토샵을 하는 직원을 둔다”며 “이들이 수익률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목을 추천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A씨는 “재무랑 차트가 괜찮아 보이면 그냥 추천해준다”며 “투자자가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저희 쪽에서는 피해를 볼 게 없다. 일단 가입만 하면 사실상 끝”이라고 밝혔다. 가입비로 운영되는 형태다 보니 투자자들이 가입만 하고 나면 자신들이 신경 써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주식 리딩방 피해 예방하려면

 

주식 리딩방 가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허위·과장 광고에 속지 않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살아 있는 시장으로 누구도 고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

 

가입 후 수익이 나지 않으면 등록비를 돌려준다는 달콤한 말에도 현혹돼선 안 된다. 유료기간, 무료기간 등을 구분하며 어떻게든 환불을 해주지 않으려는 게 유사투자자문업의 특징이다. A씨는 “의무 사용 기간이 있다거나 상위 반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고 하는 등 각종 방법으로 해지를 막는다”며 “회원들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지 않는 한 환불을 해주지 않아도 큰 탈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유사투자자문업체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가입 전 계약서를 요구하고 환불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대금 결제는 가능하면 신용카드 할부로 하고, 해지 요청 시 증거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지 거부, 서비스 중단 등 계약불이행에 대비해 현금 지급, 신용카드 일시불보다는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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