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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기적적 구조 이튿날 전사… 유엔軍 “추모합니다”

입력 : 2020-08-11 23:00:00 수정 : 2020-08-11 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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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월10일 추락… 헬기에 의해 구조
8월11일 다시 전투기 몰고 출격했다 전사
6·25전쟁에 참전한 미 해병대 소속 조종사 중 ‘전사 1호’를 기록한 비비안 모지즈 대위. 유엔사 트위터 캡처

전쟁터에서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바다에 추락했는데도 무사히 구조된 조종사가 있다. 약 24시간 동안 생과 사를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끔찍한 경험을 했지만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전투기를 몰고 출격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구조된 바로 다음날 전사했다. 영화 같지만 6·25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얘기다.

 

유엔군사령부는 11일 미 해병대 비비안 모지즈(1923∼1950) 대위의 전사 67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글 등을 SNS에 게재했다. 조종사였던 모지즈 대위는 1950년대 초반 미 해군 및 해병대의 주력이었던 F4U 코르세어 전투기를 몰고 6·25전쟁에 참전했다.

 

유엔사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모지즈 대위는 미 해병대 제12비행전대 산하 323전투비행대대 소속이었다. 그는 1950년 8월10일 전투기를 몰고 작전에 나섰다가 그만 북한군이 쏜 대공포에 맞아 기체가 크게 파손됐다.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한 가운데 해병대가 보낸 헬리콥터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구조작전은 미 해병대가 헬기를 이용해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해낸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모지즈 대위는 ‘운이 억세게 좋은 조종사’라는 말을 들었다.

 

약 24시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체험을 했으나 그렇다고 작전에서 면제되는 건 아니었다. 이튿날인 1950년 8월11일에도 모지즈 대위는 어김없이 F4U 코르세어 전투기를 몰고 출격했다. 그리고 그날 강원도 고성 부근에서 북한군 대공포에 격추됐다. 전투기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동안 조종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튕겨져 나온 모지즈 대위는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전사한 뒤였다. 그의 나이 겨우 27세였다.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비비안 모지즈 해병대 대위의 묘소. 유엔사 트위터 캡처

모지즈 대위는 미 해병대에서 소장까지 지내고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에밀 모지즈 장군의 조카다. 모지즈 대위는 사후 여러 훈장이 추서됐으며, 미국 수도 워싱턴 근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유엔사는 “1950년 8월10일 미 해병대가 헬기를 통해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하는 작전에 성공한 첫 사례였던 모지즈 대위는 구조 이튿날인 1950년 8월11일 6·25전쟁에 참전한 미 해병대 조종사 가운데 최초로 전사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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