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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사람들은 폭죽처럼 흩어졌고

아침이면

비가 내렸다

불어난 강물은

어느 시대의 소금 기둥을 녹이고 흘러왔는지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머리맡에

바싹 다가와서 속삭였다

 

강을 보지마라

 

사사받은 슬픔 속으로 들어가 불편하게 누웠다

버려진 스티로폼이

조각구름처럼 떠가고

그해 여름

아이들은 여전히 태어났다

먼 별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다시는 강을 보지마라

 

어떤 슬픔은 이제 막

커다란 소금 기둥을 녹이고 있었다

며칠째 비가 폭죽처럼 내립니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가 유황불에 사라진 것처럼 폭우가 온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잠기고, 집도 다 잠겨 지붕만 보이고

 

논과 밭도 비닐하우스도 다 잠겼습니다.

 

가재도구와 스티로폼과 슬픔이 강물 위에 둥둥 떠내려갑니다.

 

멀고먼 별이 된 롯의 아내가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머리맡에

 

바싹 다가와서 속삭입니다.

 

강을 돌아보면 자기처럼 소금기둥이 될 터이니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라고 합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이들은 여전히 태어날 것이며

 

이 커다란 슬픔도 단단한 소금 기둥을 녹일 것이라고,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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