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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섬으로… “몸만 빠져나왔어요”

입력 : 2020-08-06 18:19:53 수정 : 2020-08-06 20: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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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번째인지”… 700㎜ 물폭탄 철원·연천 가보니
“뜬 눈으로 재난방송 지켜보다가 농작물 피해 확인 땐 망연자실”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6일 오후 침수 피해가 난 강원 철원군 갈말읍 동막리의 한 집 안에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연합뉴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면서 집이 침수돼 겨우 몸만 빠져나왔어요.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 비만 오면 대피를 하네요.”

6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밤새 퍼붓던 비가 그치자 인근 오덕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동네로 돌아왔다.

주민들은 물 빠진 집에 들어가 가재도구를 꺼내 물에 씻거나 집안에 들어찬 토사를 걷어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길리 주민 72세대 138명은 전날 오후 북한지역에서 유입되는 강물이 불어나면서 한탄강이 범람하자 물이 마을로 들이닥치는 것을 그냥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강물이 썰물처럼 마을로 밀려오자 겨우 신발만 신은 채 인근 초등학교로 피했다. 농경지를 집어삼킨 물은 집 처마 밑까지 차올라 시골마을이 마치 섬처럼 변했다. 도로 등이 모두 물에 잠겨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구조대의 보트를 타고 빠져나오기도 했다.

이길리와 인근 정연리는 1996년에 141가구가 침수되고 17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1999년에도 141가구가 물에 잠겨 1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이 마을에는 배수펌프장 건립과 교량정비 등 수방대책을 마련했으나 닷새간 700㎜에 육박하는 물폭탄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또 침수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 비만 오면 대피하는 생활이 지겹다”고 말했다.

 

철원지역에 엿새간 최대 7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6일 오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배수펌프장에 물이 차있다. 뉴스1

인근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도 물바다로 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날 오전 비가 세차게 내리자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서서히 물에 잠겼고 금세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주민들은 지난 3일 새벽에도 집중호우에 집과 논밭이 모두 물에 잠겨 대피했던 터라 연거푸 침수에 망연자실했다.

6일 오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한탄강 철새 조망대 옹벽이 무너졌다. 뉴스1

마을 이장은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급히 대피할 것을 알렸으며 공무원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있는지 살폈다. 임시대피소가 물이 들어차면서 구조보트를 타고 인근 근남면사무소로 옮겨가는 불편을 겪었다.

김종연 이길리 이장은 “아침에 비가 잦아들면서 마을로 돌아왔지만 온 동네에 토사가 쌓여 엉망이 됐다”며 “당분간은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불편을 겪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6일 오후 침수 피해가 난 강원 철원군 갈말읍 동막리 마을에서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파주와 연천 지역 주민들도 지난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파주시와 연천군은 전날 오후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위기 대응 경계단계(홍수) 경보가 내려지자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반쯤 잠긴 버스… “빨리 나오세요” 경기 파주소방서 구조대가 6일 오전 임진강 인근인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에서 침수된 시내버스에서 고립된 승객과 운전사 5명을 고무보트를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파주=뉴스1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장맛비로 인한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임진강 수위가 계속 상승하자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문산읍 문산·선유리 저지대 2254가구 주민 4228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로 급박했다. 연천에서도 군남면 등 6개 면 462가구 980명이 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날이 밝자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나와 자택과 농경지 등을 둘러보러 주민 일부는 귀가했으며 일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대피소에 머물렀다.

 

철원·파주=박연직·송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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