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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출시 앞두고 밤샘 밥 먹듯… 짐 싸는 개발자들 는다

입력 : 2020-08-04 20:00:00 수정 : 2020-08-04 19: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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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근무환경 개선 해법 없나
꾸준한 문제 제기에 업계 개선 움직임
정부도 으뜸회사 선정 등 거들기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게임으로 조 단위 돈을 벌어오죠. 개발자들은 죽어나는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죠.”

4일 국내 굴지의 한 게임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김모씨는 게임업계의 노동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씨는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팀 단위로 개발을 하다 보니, 성과급으로 인한 임금도 천차만별”이라면서 “과거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다 보니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게임 이용이 증가하면서 게임업체들은 웃음을 짓고 있지만, 게임 개발자들은 또다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개발자들의 높은 근무강도는 이직률로 나타나고 있고, 게임사들은 직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사내복지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높은 이직률과 ‘크런치 모드’

최근 넥슨 노동조합과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달 14일 설립된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엑스엘게임즈분회는 설립선언문을 통해 “카카오게임즈 인수로 경영진에게 수많은 금전적 이익이 발생했지만 우리에게는 프로젝트 폐지로 고용불안이 남았다”며 “서로의 울타리가 돼 힘을 모아 노동권을 지켜낼 수 있도록 노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 노조의 진창현 지회장은 “카카오게임즈로 인수 이후 내부 프로젝트가 몇 개 정리되며 정리해고 이슈가 있었다. 노조 측은 그 과정에서 노동권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다”며 “일차적으로 추진하려 하는 부분은 근로자들의 노동권 보호와 야근수당이나 보상휴가 시스템 마련, 유연근무제 도입 논의 등”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월 엑스엘게임즈 지분 53%를 인수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로 편입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최근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되면서 내부 개발 중인 프로젝트 일부를 정리했다. 이에 엑스엘게임즈 내부에서는 고용 불안감이 퍼졌고 엑스엘게임즈 정리해고 루머가 돌면서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엘게임즈 근로자 수는 지난해 기준 423명이다.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 설립으로, 국내 게임업계 노동조합은 넥슨, 스마일게이트까지 총 세 개가 됐다. 해당 노동조합은 크런치 모드와 포괄임금제로 대표되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고용안정 토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 중이다.

게임업계에는 타 분야와 달리 크런치 모드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게임 출시가 임박해 게임개발자들이 고강도 근무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수십일 밤을 새우고, 숙식을 회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크런치모드에서 치열한 게임업체 간 경쟁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개발비용 등을 안고 있는 개발자들의 고충이 녹아 있다.

게임 개발자들의 고충은 높은 이직률로 나타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행한 ‘2018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는 같은 콘텐츠 기업으로 이직을 원하지만, 다른 업무로 직종 변경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산업 종사자의 퇴직 이유는 ‘경력개발이나 발전 가능성이 낮아서’가 가장 높은 67%를 기록했다. 이직 희망 분야는 같은 게임산업의 사업체가 75%로 높은 편으로 결국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싶지만, 현재 회사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다른 게임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 강화하는 게임사들

이처럼 크런치 모드와 직원들의 복지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던 탓에 게임업계도 직원들의 복지 및 혜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엔씨소프트, 펍지주식회사, 베스파까지 총 3개의 게임사가 포함됐다.

올해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베스파는 지난해 총 12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전년 대비 64%의 고용 증가율을 기록하고, 아울러 최근 2년간 새로이 채용한 인원의 58.9%가 청년 근로자, 전체 인원의 약 33%가 여성 근로자로 구성돼 있는 등 폭넓은 근로자 채용이 으뜸기업에 선정된 큰 이유로 예상된다.

이어 주52시간 근무제와 함께 유연근무제 및 선택적 근무시간제를 도입, 직무능력 중심에 기반한 채용 진행, 자녀가 있는 직원에겐 자녀지원수당 지원, 육아휴직 장려 및 임신 근로자 교통보조금 지급, 육아기 단축근무제 도입도 진행해 직원들의 복지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시즌을 도입하고 서비스 중인 펍지주식회사는 2019년에 전년 대비 약 159% 고용 증가율을 달성하고, 전체 직원 중 98% 이상이 정규직이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 문화를 위해 2018년부터 매주 금요일 직원들이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플레이 데이’를 운영하고, 매달 전사 회의를 진행해 전 직원과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나갔다.

 

이외에도 펍지주식회사는 각자 원하는 근무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플레이 데이 자율퇴근, 장기 근속자 리프레시 휴가 및 포상제도 등 업무 효율성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직무능력 개발 활동 지원과 마음건강 상담 프로그램, 운동비 지원 등 직원 역량 강화와 일자리 질 개선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은 2018년부터 시행해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일자리의 질을 앞장서서 개선한 기업 100개를 선정하는 제도로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기업은 신용평가·금리 우대, 세무조사 유예, 정기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을 1~3년간 제공하며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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