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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슈퍼여당이 일방 독주하면 '일하는 국회'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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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01 00:03:45 수정 : 2020-06-01 0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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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6월5일 개원해 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5일과 8일까지 각각 선출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장을 선출하면 의장이 상임위를 강제배정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원구성 합의 전 의장단 선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단독 표결로 상임위원장을 배정할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초유의 단독개원도 불사하겠다는 ‘선전포고’다. 힘의 논리가 정책 대결과 협치를 몰아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앞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위협하면서 집권세력 견제 역할을 하는 법사·예결위원장 자리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금은 코로나19 ‘국난 상황’이다. 국가 역량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법정 시한’을 내세워 개원을 밀어붙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서둘러 출범시켜 검찰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재조사 추진 등 과거사에 집착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인다. 윤미향 사태를 둘러싼 ‘제식구 감싸기’로 국민 불신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야당도 여당의 발목만 잡아선 안 될 일이다. 원활한 원구성과 국회 개원을 위해 여당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 간 건전한 경쟁과 견제가 이뤄질 때 국회가 건강해진다. 177석을 틀어쥔 슈퍼여당 입장에서는 입법과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래도 정치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게 순리다. ‘돈 살포’로 인한 재정악화 우려를 해소하고 규제 혁파 등 경제를 부양시킬 방안을 제시하는 민생정치가 우선이다. 힘의 정치는 동물·식물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국론분열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여당이 다수 의석을 내세워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면 협치는 요원해진다. 법정 시한에 맞춘 국회 개원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민주적 절차가 더 중요하다. 슈퍼여당의 단독 개원은 ‘민생 국회’는커녕 대결 정치와 국민 불신만 초래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주 청와대 회동에서 논의한 초당적 협력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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