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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높아서 면접 못 봐…다수 위해 거절…코로나19 사회의 어떤 과제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0-05-30 18:00:00 수정 : 2020-05-29 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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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 “체온 높다는 이유로 공기업 면접 볼 수 없었다” / 해당 공기업, “시간차 두고 재측정에도 낮아지지 않아 다수 위해 어쩔 수 없었다” / 이의 제기 심사로 하반기 채용 서류전형 면제 / 코로나19 사회에서 우리에게 시사점 던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 제공

 

“저는 평상시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체온이 높아 최근 공기업 면접 응시를 거절당했다는 딱한 사연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앞으로도 같은 이유로 불평등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병원 검사에서 평소 체온이 37도를 웃도는 ‘고체온증’을 뒤늦게 진단받았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하나인 미열을 항상 안고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도 어떠한 면접에 응시할 수 없는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해당 공기업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응시자의 체온이 높았던 탓에 ‘면접 불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이의 제기로 심사를 열어 하반기 채용에서는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청원인과 이 공기업의 사례는 앞으로도 코로나19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채용을 진행하는 어느 기관에서든 이번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평소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응시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청원인 A씨는 게시글에서 “지난 11일 제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국내의 한 공기업 면접에 응시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로 지정한 체온 기준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37.5도 이상은 면접을 볼 수 없어서 응시하지 못한다는 게 회사 입장이었다”며 “‘아쉽지만 다음에 시험을 다시 봐서 합격하라’는 시험장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나중에 다시 노력해서 서류 전형을 통과한다 가정해도, 체온은 여전히 높을 텐데 과연 면접에 응시할 수 있을까”라며 “코로나19는 향후에도 재유행이 예상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는 면접 불가 판정 후 병원에서 귀 적외선 체온계(고막 체온계)로 재확인한 결과 왼쪽과 오른쪽 각각 37.6도, 37.9도로 측정됐다고 전했다. 그제야 다른 이보다 체온이 좀 더 높은 편(고체온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정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열은 시상하부의 조절점에 문제가 생겨 체온이 높아지는 현상인데, 고체온증은 조절점 자체는 정상이고 대신 중추신경계 손상 등의 여러 이유로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데서 비롯된다.

 

코로나19 검사도 음성으로 나왔다는 그는 이처럼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후에도 체온은 평균 37.2~37.4도로 측정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난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느냐”며 “평생 체온 때문에 응시 등의 상황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느냐”고 반문었다. 아울러 “평생 노력해도 이제 안 되는 거냐”고 자포자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글은 공무원 시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올라왔는데, 누리꾼들도 하나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 제공

 

◆“다수가 참가하는 토론면접이어서 거절 불가피… 안타깝게 생각한다”

 

A씨의 면접을 거절해야 했던 공기업 측은 불가피하게 응시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 2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A씨가 응시한 전형은 다수가 같은 공간에서 치르는 ‘토론면접’을 먼저 진행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질의응답’ 순서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조치는 토론면접 특성상 면접에 참가하는 다수의 수험생과 면접위원의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사안이었다”며 “이는 ‘채용 시 방역지침은 보건당국 지침을 기준으로 각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접 당일 통풍이 잘되는 별도 장소에서 A씨를 30분간 기다리게 했다가 다시 체온을 쟀지만 여전히 낮아지지 않았다면서, “시간을 두고 체온을 재서 기준 이하로 떨어지길 기다렸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리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무겁게 말했다.

 

A씨의 이의 제기에 따른 심사를 진행한 이 공기업은 하반기 채용에서 그가 서류전형 없이 면접에 바로 응시할 수 있게 변동사항을 통보했다고 이튿날(27일) 세계일보에 알려왔다. 그러면서 “향후 청년실업 해소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토론면접을 대처할 수 있는 채용전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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