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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아 다시 자는 거니?"… 온라인 개학 첫날 곳곳 혼란

입력 : 2020-04-10 06:00:00 수정 : 2020-04-10 09: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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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쌍방향수업 일부만 시행 / 중간중간 끊기고 피드백 어려워 / 교사, 학생 잠깨워 수업 독려도 / 부모들 “준비부족 학습효과 의문” / 일부 학생들 학원서 원격수업도 / 교육당국, ‘행정처분’ 경고 나서
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중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서 교사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게 처음이라 기대도, 긴장도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9일 오전 9시쯤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3학년3반 교실에서 심리학 과목 이경주 교사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학생들에게 “오늘 우리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는데 어땠는지 얘기 좀 해줄래요?”라고 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이 교사는 “3반 친구들이 오늘 수업을 잘 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첫날, 교사와 학생 모두가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 첫 교시 수업이 막 끝나가던 터였다.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고 3학년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출석체크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실시간 쌍방향으로 30분여 진행된 수업 시작은 학생 출석을 부르는 걸로 시작됐다. 김 교사가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 학생들이 화면으로 손을 흔들며 “네” 하고 답하는 식이었다. 결석 인원은 없었지만 일부 학생이 야외에서 이동하면서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수업 진행 방식을 설명하면서 이날 같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함께 “매주 월요일 업로드하는 심리학 강의를 시청하고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댓글을 통한 토론이나 과제를 수행해야 출석 인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 중 큰 사고는 없었지만 교사가 준비한 1분여 영상물 음성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실제 현장에서 진행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서울여고 측 설명이었다. 이 학교 최성희 교감은 “고등학교는 학습량이 많고 수능 과목이 있다 보니깐, 그 학습량을 이미 휴업으로 줄어든 수업일수 내 소화하기 위해선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단방향인 녹화 강의가 주요 원격수업 방편이 될 테지만 이조차 인프라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보장하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9일 경남 거창군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수학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송원석 연구부장은 “학교 시설이 좋지 못해 일반 인터넷 강의 대비 조명이나 음질이 떨어져 영상의 질이 좋지 못하다”며 “플랫폼으로 쓰는 ‘EBS 온라인 클래스’도 오늘(9일) 오전까지 강의 업로드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15분까지 주요 원격수업 플랫폼 중 하나인 EBS 온라인 클래스에 이용자가 몰려 접속 오류·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접속 최대 인원은 EBS 온라인클래스의 경우 26만7280명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강좌 시범학교로 선정돼 준비를 해온 제주의 한 고등학교는 이날 오전 수업을 유튜브를 활용해 모두 쌍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유튜브가 교사의 데스크톱 바탕화면에 윈도 표시를 감지한 탓에 저작권 문제로 오류가 발생, 수업을 시작하는 데 잠시 차질을 빚었다. 많은 학생이 수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 학생 질문에 대한 피드백이 어렵기도 했다. 충북 청주 주성고에서도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접속을 못하는 ‘먹통’ 현상이 1교시 내내 이어졌다.

 

사진=뉴스1

북서울중은 1교시로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교사가 미리 촬영한 수업 영상을 보고 이를 보고 있다는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사가 인증샷을 올릴 수 있도록 작업을 하지 않아 학생들이 선생님 지시에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교사는 “쌤(선생님)도 처음이라 실수투성이네요. 여기로 과제 제출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9일 고3 수험생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았다. 광주 상일여고는 미리 찍어놓은 영상을 학생들이 각자 재생하는 ‘콘텐츠 활용형’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출석 확인만 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겨나자 교사는 “다시 자는 거니? 이제 일어나서 학습 1강 들어야지”라고 재촉했다. 교사들은 수업 영상을 재생시키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잠을 깨우거나 접속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수업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고3 자녀를 둔 충북 청주의 한 학부모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개학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수험생 학부모로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김모(46·제주시 연동)씨는 “동영상만 틀어주고 출결 체크도 제대로 안 되는데 이게 무슨 학교 수업이냐”며 “교사와 학생 간 주고받는 것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일부 학원이 학생을 등원하게 해 학원 내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듣게 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당국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학원들이 최근 학부모들에게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에 학원을 열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청·교육지원청이 학원들에 이런 조치에 대해 “감염병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온라인 개학 취지가 무색하게 하는 부당행위일 뿐 아니라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또는 ‘거짓·과대광고’ 등 학원법 위반에 해당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김승환·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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