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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대피령'에도 직접 투표 강행…美 위스콘신 경선 투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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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8 13:16:16 수정 : 2020-04-08 1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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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역대 최저 될 것" 우려도
미 위스콘신주 프라이머리가 열린 7일(현지시간) 주 최대도시 밀워키의 리버사이드고교 투표소 앞에 마스크를 낀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미 위스콘신 유권자들이 ‘건강’과 ‘시민의 의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전역에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직접 투표’로 강행된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미국 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가량 증가해 하루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위스콘신에서는 정치가 시민들을 ‘원하지 않고,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선택에 내몰리게 했다는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이날 위스콘신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578명, 사망자는 92명으로 뉴욕이나 워싱턴 등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날 준비가 덜 된 경선 투표가 강행된 까닭에 선거 이후 코로나19 확산 여부가 우려스럽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미 위스콘신주 프라이머리가 열린 7일(현지시간) 한 투표소에서 관리요원들이 마스크를 낀채 대화하고 있다. 밀워키=AP연합뉴스

◆누구 탓인가...주지사(민주)는 연기, 주 의회·대법원(공화)은 강행

 

위스콘신주는 코로나19가 확산할 무렵인 지난달 중순 요양원 거주자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강제하고 우편투표를 장려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다툼에 경선 일정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대피령을 내린 토니 에버스 주지사가 전날 “6월9일까지 두 달가량 연기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 이어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이날로 예정된 프라이머리를 그대로 진행하라고 결정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대법원은 ‘주지사가 선거일을 바꿀 권한이 없다”는 공화당 주의원들의 주장을 찬성 4명, 반대 2명으로 받아들였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에버스 주지사는 지난 3일 직접 투표를 철회하고 5월 26일까지 우편투표만으로 선거를 하자고 주 의회에 제안했지만 거부됐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지난 4일 임시회의를 열어 “경선 철회를 결정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며 에버스 주지사의 요청을 거부했다. 공화당 소속인 로빈 보스 주 하원의장은 “주지사의 행정명령은 명백한 위헌적 조치”라면서 “주 서기관들은 투표를 진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뿐만 아니라 주 대법관, 주 행정직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 탓에 직접 투표를 철회하는데 부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편투표가 민주당 측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에버스 주지사가 최근까지 우편투표 확대만 주장하고, 선거 연기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압력 이후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재자투표 기한도 지방법원이 13일까지 연장했는데, 연방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이날까지의 우체국 소인이 찍힌 투표만 인정된다. 현지 언론은 “투표 형식이 투표 전날까지 춤을 췄다”고 비판했다. 

사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트럼프 “투표하라”, 바이든 “사회적 거리만 지킨다면...”, 샌더스 “무책임한 결정”

 

위스콘신주 투표 강행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은 판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를 확신한 듯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후보인 대니얼 켈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밤부터 수차례 트윗을 올려 “위스콘신 대법원이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투표하라”, “위스콘신, 지금 나가서 켈리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민주당 경선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유권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한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선거 강행을 결정한 주 대법원을 맹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인 사티아 로즈 콘웨이 매디슨시장은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피하려고 노력한, 이치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고 공화당을 비난했다.

 

이날 투표의 최종 개표 결과는 일주일가량 걸릴 전망이다. 7일 우체국 소인이 찍힌 부재자투표까지 유효 투표로 인정하기로 했는데, 해당 용지들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심야회의 결과 “13일까지 투표 결과를 공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의 권리 포기않은 주민들...사회적 거리 유지하며 긴 줄

 

코로나19로 인해 선거 일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위스콘신 유권자들은 이날 하루종일 혼란스러웠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는 선거 관리 요원 부족으로 당초 180곳의 투표소 중 5곳만 열었다. 코로나19 우려로 자원봉사 포기자가 속출해 주 자치구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을 호소해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7일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밀워키=EPA연합뉴스

위스콘신주 3대 도시인 그린베이도 31개 투표소 가운데 2개만 열었다. 당초 270명에 달하던 자원봉사 인력이 17명으로 줄어든 탓이다. 그린베이 웨스트고교 투표소에서 만난 세스 호프마이스터(29)는 NYT에 “줄이 너무 길어서 주차장을 지나 다른 빌딩을 뱀처럼 감싸고 돌았다”며 “상당수는 마스크를 끼고 투표에 나섰는데 어떤 사람은 투표하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투표소 안에서는 유권자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테이프를 이용해 1.8m(6피트) 간격으로 표시가 돼 있고 멸균된 투표기구와 손 소독제가 제공됐다.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입장 인원이 제한됐고, 신분 확인 과정에서 선거 관리 요원과 유권자의 접촉이 최소화하도록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

 

한 유권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투표 관리 요원들이 유권자들을 분리하고 소독한 펜과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다”며 “유권자의 25% 정도는 마스크를 꼈다”고 말했다.

 

벨로이트시 등은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를 운영했다. 선거 관리 요원이 신분을 확인한 뒤 투표용지를 차량에 있는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유권자는 개표 기계에 용지를 반납하는 형식이다.

 

미 언론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시민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많았지만 투표율은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스콘신주는 130만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지만 전날 기준 55만명이 투표용지를 선관위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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