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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1세 강간사건, 소년법 보호처분으로 종결한 판결 타당한가 [승재현 박사의 법대로] (2)

, 승재현 박사의 법대로

입력 : 2020-04-07 13:00:00 수정 : 2023-12-28 21: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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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 A군이 초등생(만 11세)을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A군은 성폭행 당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까지 하여 4번에 걸쳐 50만원을 뜯어냈다. 검찰은 A군을 미성년자 추행, 강간, 카메라 이용 불법 촬영, 공갈, 협박 등 5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하였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다니 참 두렵고 무서운 세상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피고인이 고교생이라 온정주의에 기해 법원이 약한 형벌을 부과하지 않을까 걱정까지 됐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담당 재판부는 ‘비행의 정도가 낮고, 전과가 없으며, 교화의 가능성이 있고, 가해자 측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다’는 이유로 본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이송하였다. 

 

초등학생(만 11세)을 강간하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7조에 따라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징역형의 하한은 살인죄보다 높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는 것이다. 비행의 정도가 낮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정법원 소년부는 형벌을 가할 수 없다. 오직 보호처분만 할 수 있다. 소년법상 가장 중한 보호처분은 소년원 2년 송치다. 일반 형벌에 비해 턱없이 낮다.

 

재판부가 들고 있는 ‘가해자 측의 진심 어린 사죄’는 일방적 의사 표시인 만큼 충분하지 않다. 피해자 측에서 그 사죄를 받아줘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법원에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가끔 법원이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를 단순한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일도 있다. 잘못됐다.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베푸는 ‘용서’다. 본 사건에서는 피해자 측은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는데, 재판부가 피해자의 용서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측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으나 법원은 초등학생 강간사건을 소년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불편하고 어색하다.

 

소년부가 사건을 처리하게 된데 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재판부가 사건을 보호사건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데 대해 검찰은 불복하였다. 보통항고에는 집행정지 효과가 없다. 그러므로 소년부가 사건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항고법원은 소년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심리 중에 있었다. 그렇다면 항고법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가정법원 소년부는 재판을 중단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소년부는 항고된 지 몰랐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 재판 시스템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결정하면 피해자 측에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 시스템을 통해 ‘항고 중’이라는 사실이 소년부에 알려졌어야 한다. 

 

본 사건의 피해자인 11세 초등생과는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했어도 ‘미성년자의제강간’이라고 해서 강간죄로 처벌한다. 국가는 13세 미만의 ‘성적자기결정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하물며 이번 사건은 만 11세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위계, 위력의 행사도 폭행, 협박과 동일하게 본다)을 통해 강간한 범죄다.

 

법원은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피해자 용서의사 표시’를 대신해서도 안 되고, 대신할 수도 없다. 형사사건을 소년부로 이송한 결정에 대해 법정에서 잘잘못을 다투고 있다면 소년부는 재판을 중단하고 항고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게 법대로 하는 것이다. 

 

피해자 측 어머니의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제가 판사님이 아니니까요,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이해가 안 가는 거죠. 인정할 수도 없고...”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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