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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 → 유인 → 협박…'n번방'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신고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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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6 17:04:43 수정 : 2020-04-06 17: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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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으로 친분 쌓고 ‘알바’로 유인 / 취약 여성 유인해 성착취

“스튜디오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오피스텔이었어요. 반강제로 촬영하고 1년의 시간 동안 고통에서 살아왔습니다.”

 

자신을 텔레그램 성착취물의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남성은 어느 날 A씨에게 ‘모델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자신의 용돈에 비해 큰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남성이 A씨를 부른 곳은 전문 촬영장이 아닌 오피스텔이었고, 심한 노출의 촬영을 요구했다. A씨의 거부에도 반강제적으로 촬영이 이뤄졌고, 이후 약 1년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했다.

 

모바일 채팅 앱을 통해 ‘스폰 알바’를 제안받았다는 B씨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SNS에 공개했다. 월 400만원을 주겠다며 접근한 가해 남성은 B씨에게 노출 영상을 찍어 보내게 했다. 입금한 내역과 B씨를 위해 고가의 핸드폰을 주문했다는 캡처 화면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남성은 도리어 “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기어오르지 말라”며 협박을 시작했다.

 

지난 3월 25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착각 때문에 제대로 신고조차 못했다. A씨는 큰돈에 혹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자책했고, B씨도 피해를 봤지만 자신이 피해자인지 스스로 의심했다. 가해자의 ‘스폰 알바’에 응했던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n번방’ 등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영상 재유포와 같은 2차 가해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6일 “미성년 피해 여성들은 SNS에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가해자가 자신을 해코지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성인을 처벌할 수 있는 그루밍 성폭력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하기를 꺼리는 여성들이 상담 단체를 통해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수사기관 역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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