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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상춘객 ‘2m 간격’…“글쎄, 딴 세상 얘기”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4-05 21:01:26 수정 : 2020-04-05 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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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상춘객…사회적 거리 두기 무의미” / 속초의 대표 명소인 벚꽃 터널…상춘객들로 / 마스크 착용한 사람보다 벗은 사람들이 더 많아 / 현장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과 다른 분위기
주말인 5일 오전 강원도 설악산 벚꽃터널에서 상춘객들이 벚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도 가지 마라. 저기도 가지 마라. 답답해 죽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4일 만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확산세가 안정화됐지만, 해외 유입과 지역사회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는 5일까지 시행하기로 예정했던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19일까지 2주간 연장했다.

 

4월의 첫 일요일이자 식목일인 5일 찾은 설악산 벚꽃 터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속초시가 벚꽃 군락지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행정 조치가 취했지만, 속초의 대표 명소인 벚꽃 터널에는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주말인 5일 설악산 벚꽃 터널에서 교통지도원들이 전자 봉을 들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속초시는 벚꽃 터널 구간에 “벚꽃 터널 내 주·정차금지, 강도 높은 ‘코로나19’ 근절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눈에 띄는 곳마다 걸어 뒀지만, 모여드는 상춘객들은 버젓이 현수막 앞에 주차한 뒤 벚꽃을 배경 삼아 삼삼오오 모여 사진 찍기 바빴다.

 

교통지도 차량이 벚꽃 터널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향해 이동조치 방송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차량도 있었다. 교통지도원들이 붉은 전자 봉을 들고 일일이 불법 주차 단속을 하려 하자 그제야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말인 5일 설악산 벚꽃 터널. 이 구간에는 “벚꽃 터널 내 주·정차금지, 강도 높은 ‘코로나19’ 근절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걸려 있다.

 

벚꽃 터널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춘객들이 모여들었다. 상춘객들은 대부분 등산복 차림이었고, 연인들은 대부분 가볍고 화사한 봄옷이었다. 마스크 착용한 사람보다 벗은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상춘객들은 이른바 ‘벚꽃 명당’에서 2m 간격을 지키기는커녕 촬영을 이유로 단체로 마스크를 벗은 채 사진을 찍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체 사진을 찍던 이모(63)씨는 “친구들과 매년 이맘때쯤 찾는 설악산을 찾는다”라며 “사진만 찍고 곧 떠날 예정이라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인 5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한 사찰에는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12시쯤 찾은 양양 한 사찰도 마찬가지.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몰려들었다. 주차장 입구에는 차량 행렬도 길게 늘어져 있고, 주차장에는 사람과 차량으로 뒤섞여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봄을 즐기는 사람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사찰 인근 바닷가 주차장에는 캠핑카뿐만 아니라 텐트가 즐비했다. 텐트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각심이 무뎌진 탓인지 사람이 모인 곳에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곳은 다른 분위기였다.

 

주말인 5일 오전 설악산 벚꽃터너레서 교통지도원들이 전자 봉을 들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만난 최모(31)씨는 “답답해서 친구들과 멀리 나왔다”며 “힘들어도 이런 날 바닷바람 쐬며 즐기지 않으면 일주일이 우울할 것 같다”고 했다.

 

예방 차원에서 사람 간 2m 간격을 유지하면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람이 몰리면 간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오후 강원 양양군 한 사찰 주차장에는 차량이 빼곡히 주차 돼 있다.

 

한편 방역당국이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업종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실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가 코로나19 면역력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다면 해외에서 보듯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당국은 분석했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강력한 거리 두기가 조금이라도 이완돼 다시금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면, 다른 나라처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지역사회의 면역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라며 “일단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코로나19 집단발병을 더 억제해나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속초)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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