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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불금” 여의도 벚꽃길 ‘한산’…한강공원 ‘북적북적’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4-04 19:00:16 수정 : 2020-04-04 19: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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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발생 이후 74일만에 1만명 넘어 / ‘불금’ 벚꽃 명소인 여의도 벚꽃길 ‘한산’…한강공원은 ‘북적북적’ / 지난달 23~29일 한강공원 143만명이 찾아 / ‘사회적 거리 두기’ 피로 호소하는 시민들 / 집중적으로 사람이 몰리면 2m 간격 무의미 / 정세균 국무총리 ‘사회적 거리 두기 지속’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 벚꽃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위 사진) 지난 3일 여의도 한강공원 배달존에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아래 사진)

 

“답답하기도 하겠죠. 방송 뉴스에서 ‘거리 두기’ 하라고 하니, 오죽하겠어요. 사람들이 방송이나 뉴스에 무뎌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더 겁이 납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4일 만이다. 지역사회에서도 17명이 추가로 확인돼 신규확진자의 34%(32명)를 차지했다. 또 신규 확진자 가운데 48명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해외유입과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날로 높아져 가는 ‘사회적 피로감’ 호소에도 정부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신속한 방역 통해 ‘코로나 9 사태’를 조기 극복을 하려 했으나 초기 예상과 달리, 곳곳의 집단감염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 배달존에는 시민들이 배달 오토바이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7시쯤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무색했다. 지역사회 감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벚꽃놀이 명소인 여의도 한강공원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편의점 마다 라면·각종 음료·돗자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일부는 턱 아래로 내려쓰고 있었다.

 

제법 쌀쌀한 부는 바람에도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러 나온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주말 (4일 토요일, 5일 일요일)과 다음 주 토요일(12일) 여의도 한강공원 제1∼4주 차장을 폐쇄하고 진·출입구 6곳에 차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주차장에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 배달존에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고 있다.

 

한강공원 배달존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공원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어 밀리기까지 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오자 사람들이 오토바이 주변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배달 주문량이 많아 한 번에 배달했기 때문이다.

 

배달존에는 배달 오토바이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스마트 폰을 보면 장시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배달 오토바이를 기다리다 지친 일부 시민들은 화장실과 쓰레기 수거함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들은 한손에 담배 다른 손에는 스마트 폰을 보면서 침을 뱉기도 했다. 스마트 폰이 울리자 담배는 그대로 버리고 배달된 음식물을 갖고 일행이 모여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고, 바닥의 침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공원을 찾은 은모(21)씨는 “벚꽃도 볼 겸 한강공원 공원을 찾았다”라며 “여자 친구와 함께 갈 만한 곳이 없어서 공원을 찾았다”라며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공원도 마찬가지. 이날 늦은 시간 탓인지 그늘막 텐트는 보이지 않았다. 공원에는 ‘그날막 텐트 설치금지구역(위반시 과태료 100만원)’,‘쓰레기 무단투기 금지(위반시 과태료 10만원)’라고 붉은 글씨가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다. 대부분이 돗자리를 펼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준비한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공원 스피커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위해 지속해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었지만, 상황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퇴근 후 친구들과 한강공원에 만난 김모(32)씨는 “잠시만 앉아 있다가 이동할 생각이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데,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친 일부 시민들이 포근한 봄 날씨까지 찾아오면서 벚꽃 구경 등 봄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 한 주 동안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은 143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1만9명에 비해 오히려 약 28% 증가한 수치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부 시민들이 화장실과 쓰레기 수거함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고, 바닥의 침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권고했지만, 외출을 자제하는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는 데다 벚꽃 개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정작 한강공원을 찾은 이들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예방 차원에서 사람 간 2m 간격을 유지하면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람이 몰리면 간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푸른 조끼를 입은 영등포구청 한 직원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꼭! 2m거리 유지’,‘꼭! 마스크 착용’라는 펫말을 들고 있다.

 

이날 한강공원과 달리 벚꽃 명소인 여의도 벚꽃 길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벚꽃이 만발했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이던 작년 모습 때와는 사뭇 달랐다.

 

서강대교에서 원효대교를 걸으면 벚꽃 길을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도구간에서는 무단 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코로나19 감염 예방 “봄꽃 거리 두기”’라는 현수막이 거의 2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버스정류장에는 주말 정류장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가로수와 곳곳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푸른 조끼를 입은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꼭! 2m 거리 유지’,‘꼭! 마스크 착용’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 벚꽃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공원 입구 편의점만 사람들이 모여 있을 뿐 비교적 한산했고,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손 소독제도 있었다. 구간마다 설치된 임시 천막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위해 지속해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주민 정모(62)씨 “이런 날 리도 없다”며 “구청에서 이렇게 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고, 여기 사는 주민들도 지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렸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봄꽃놀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라며 “지역사회의 감염을 막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의도 봄꽃 길을 전면통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나루역 인근 벚꽃길에서 가로수에 있는 손소독제를 한 시민이 사용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리 야외라고 해도 한순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 현실적으로 2m 간격 유지 등을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전염성이 떨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벚꽃 구경 등 정 나들이를 가고 싶다면 한강공원 대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교외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 벚꽃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 “앞으로 일정 기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지속적인 해외유입과 산발적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정부가 오는 5일로 끝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분간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발생 후 모든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왔고, 국내 감염은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는 크게 줄었다”며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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