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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강행' 美 대학 유증상자 속출 … 지역사회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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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30 17:00:00 수정 : 2020-03-30 1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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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에 있는 리버티 대학 정문에 입학을 알리는 표지판에 모습이 보인다. 린치버그=AP연합뉴스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 우파의 요람 리버티대학이 지난주 개학을 강행했다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속출해 지역사회의 분노를 낳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리버티 대학이 지난주 학교 문을 연 이후 11명의 학생이 코로나19 증상을 나타냈다고 이 대학 학생건강센터 담당자가 말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8명은 자가격리 중이라고 NYT는 부연했다.

 

앞서 제리 폴웰 주니어 리버티대 총장은 지난 22일 “학생들에게 학업을 계속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캠퍼스 개방 결정을 내렸다. 램프 노덤 버지니아주지사가 대학 측 결정이 공중보건 상황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재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따라 학생 1900여명이 학교로 돌아왔으나, 유증상자가 속출하면서 800명가량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트레이니 트위디 린치버그 시장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라고 묻는 시민들의 불길에 직면하고 있다”며 폴웰 총장을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학내에서도 공황의 조짐이 일고 있다. 한 학생은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여기(리버티대) 소속이라 당신들(언론)과 대화할 수 없다”면서도 “집에 돌아가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뉴욕 지역에서 돌아온 학생 4명과 그들의 룸메이트 2명에게 자가격리를 요구한 일은 있지만, 누구도 검사를 받거나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는 학생 1명만 검사 후 귀가 결정을 했다”며 NYT 기사를 부인했다.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에 있는 리버티 대학의 텅 빈 축구 경기장. 린치버그=AP 연합뉴스 

그러면서 개강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진보진영의 ‘당파적 공격’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폴웰 총장은 개학 직후인 지난 25일 극우 음모론자인 토드 스타네스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나와 “대학들이 ‘폐쇄 중이니 돌아올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보수주의자들이고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감염병에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배경에 정치적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탄핵도 안 되고,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도 안 먹히니, 그들은 이제 이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잡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고 말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50세 미만 환자의 치료율이 99.7%라며 감염병 위험성을 경시하는 동시에 이 감염병이 북한의 생물학무기일 수 있다는 암시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질레트 전 린치버그 시장은 “리버티대가 정치적 편견으로 인해 비난받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리버티대는 이(코로나19) 위협을 다른 사람들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린치버그시에는 21만7000명의 성인 인구가 있고 그중 5만명가량은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이 지역 병원에 있는 병상은 1174개뿐이며, 집중치료가 가능한 병상은 55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품귀 상태에 놓여있다. 리버티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에 시와 주당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리버티대는 제리 폴웰 1세 목사가 1971년 사회적 보수주의의 보루로서 설립했다. 2007년 작고 후 그의 아들이 진두지휘하면서 20억달러의 현금 투자와 기부를 받는 학교로 성장했다. 온라인 학생을 포함한 총 등록자는 10만명을 넘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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