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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도 없애는 미 해병대의 파격 변신…“중국 봉쇄”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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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9 10:00:00 수정 : 2020-03-29 15: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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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장교가 헤드셋을 통해 부대원들과 교신을 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 동안 세계 최강 군대의 지위를 누려왔던 미 해병대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 육군과 동일한 장비로 무장한 채 적 해안으로 돌격하던 전통적 형태의 거대한 군 조직은 사라지게 된다. 대신 무인체계와 경상륙함, 이동식 지대함미사일, 다연장로켓 등을 갖춘,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군대로 탈바꿈한다.

 

이를 위해 미 해병대는 2030년까지 전차를 모두 퇴역시킨다는 방침이다. 공격헬기와 수직이착륙기 부대, 포병부대를 비롯한 기존 전력도 감축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군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혁신이 추진되는 셈이다.

 

◆전차 없애고 미사일과 레이저로 무장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미 해군 연구소에 따르면 데이비드 버거 미 해병대사령관은 향후 10년간 미 해병대를 혁신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버거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해군과의 합동작전 능력 강화와 전력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혁신안 추진을 지휘해왔다.

 

미 해병대 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병대 혁신안의 최종 목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벌어질 중국과의 충돌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비 제약으로 인해 기존 전력을 축소하거나 폐기하는 비용절감을 병행해야 한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을 포기하지 못한 채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백화점식’ 혁신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미 해병대는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면서 고강도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병력 규모를 18만9000명에서 17만명으로 감축한다. 보병대대는 24개에서 21개, 포병대대는 21개에서 5개로 줄어든다.

 

전차대대와 군사경찰 대대는 관련 군사 특기까지 모두 사라진다. 전차는 육군에, 군사경찰은 해군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버거 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육군은 탱크가 필요하지만, 해병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1991년 제1차 걸프전쟁 등에서 육군의 전차부대를 배속받아 전투를 치른 전례가 있다.

 

미 해병대의 ‘손발’ 역할을 하는 상륙장갑차 중대는 6개에서 4개로 줄어들며 공병 도하중대는 모두 사라진다. 공격헬기와 대형수송헬기, 수직이착륙기 부대는 감축된다. 미 해병대 공중지원을 담당하는 F-35B/C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는 대대 규모가 16대에서 10대로 줄어든다.  

 

미 해병대 M-1A2 전차가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반면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은 대폭 강화된다. 대함미사일을 쏠 수 있는 다연장로켓(MLRS) 발사대 규모를 현재보다 300% 늘린다. 미사일 중대도 7개에서 21개로 증강된다. C-130J 수송기 중대는 3개에서 4개로, 무인비행대대는 3개에서 6개로 늘어난다. 레이저 무기와 무인보트 등도 새롭게 도입된다.

 

섬과 연안에서 작전이 가능한 50~100명 규모의 부대가 만들어진다. 이들을 신속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염가형 경(經)강습상륙함과 지원함, 수송함 등도 도입된다. 미 해군과 더욱 긴밀하게 통합되는 조직을 만들어 연안 지역에서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구하게 된다. 

 

미 해병대의 구상이 실현되면 1만여명 이상의 병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적 해안으로 돌격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은 2030년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무인기와 무인보트, 레이저, 장거리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다수의 소규모 부대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출현할 전망이다. 전통적 의미의 상륙작전이 사라지는 셈이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 봉쇄”…한국은 어찌해야 하나

 

미 해병대의 파격적인 혁신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스프라틀리 군도 등에 인공섬을 만들고 비행장과 항만 시설을 설치, 요새화하고 있다. 요새화가 완료되면 남중국해는 중국의 ‘내해(內海)’로 전락한다. 일본 규슈에서 대만에 이르는 동중국해 해역에는 다수의 섬이 산재해 있다. 중국 해군과 공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이 섬들을 지나야 한다. 

 

한미 해병대 장교들이 지휘소훈련 도중 연합작전 실행을 놓고 의논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새롭게 개편될 미 해병대는 중국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진출을 저지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섬과 섬 사이를 신속하게 옮겨다니는 ‘개구리 뜀’ 전술을 통해 중국 해군을 공격한 뒤 고속상륙정을 이용해 다른 섬으로 이동해서 전투를 수행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선에서 싸웠던 미군이 사용했던 전술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버전이다. 

 

당시 미군은 태평양에 산재한 섬에 상륙해 일본군을 격퇴한 뒤, 비행장과 항만 시설을 만들어 군함과 항공기를 섬에 집결시켰다. 섬에 모인 군함과 항공기는 미 해군 항공모함과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병력을 태운 채 다른 섬으로 이동했다.  

 

미 해병대의 구상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해군은 핵추진항공모함 제럴드 포드급 건조과정에서 예산 초과 등의 문제가 발생, 초대형 항모 보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태다. 예산 압박으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성능개량도 뜻대로 되지 않는 상태다. 콜럼비아급 전략핵추진잠수함 건조, F-35C 도입 등 신규 프로젝트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 해병대가 요구하는 염가형 상륙함이나 고속상륙정 등이 제때 확보될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미 해병대의 혁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많다. 미 해병대의 미래 ‘주적’은 중국이고, 싸우는 방법도 대대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점은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 천왕봉급 상륙함이 시운전 도중 선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해병대는 한반도 유사시 미 해병대와 함께 북한 내륙지역에 상륙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만큼 연합작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미 해병대가 대규모 상륙작전 능력 유지를 재검토한다면, 한국 해병대만으로 북한 내륙지역 상륙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공중지원은 미 해군에 의존할 수 있지만, 실제 상륙작전은 한국 해병대가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해병대는 사단급 상륙작전을 위한 전력 확보를 추진중이다. 2030년 이후 독도함과 마라도함 외에 대형수송함 1척을 추가 확보하고, 병력 650명과 헬기 2대를 탑재하는 수송함(LPD) 4척 이상 건조하며, 고속전투주정과 상륙기동헬기 및 공격헬기부대를 창설해 상륙작전 능력을 크게 높인다는 방침이다. 서북도서용 무인정찰기와 수직이착륙형 무인정찰기, 경전투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무인체계를 도입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안도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미 해병대가 ‘해군 속의 육군’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다면, 한국 해병대가 갖게 될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미 해병대는 대규모 전투 상황에서 육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방개혁 2.0에 따른 병력 감축과 부대 개편의 영향 속에서 한국 육군이 해병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해군과 해병대 전력으로 향후 상륙작전을 어떻게 진행할지, 갖춰야할 전력과 부대 구조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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