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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교회에 드리운 코로나19 공포…“온라인 예배 힘들고 월세 감당 안 돼”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16 20:02:37 수정 : 2020-03-16 20: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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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앞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신도 100여명 수준의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16일 오후 7시 기준 교회 목사, 신도 등 4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사례가 보고되며 소형 교회에서의 코로나19 감염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종교시설에 온라인 예배나 휴업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형교회들과 달리 월세를 감당하기에 급급한 소형 교회들은 예배 중단을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성남 은혜의 강 교회의 전체 신도는 140여명으로 이중 100여명이 주말예배에 참석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회는 오래된 상가건물 3~4층에서 예배당, 식당, 휴게실 등을 운영했다. 이 건물 한 층은 35평가량의 면적으로 교회 측은 면적의 절반정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100여명의 신도가 다닥다닥 붙어 예배당과 식당을 이용하는 구조로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보건당국은 각 종교에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교회는 지난 1일과 8일, 2주 연속으로 예배를 강행했다. 교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려 신도들의 손과 구강을 소독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분무기를 따로 소독하지 않은 채 계속 뿌렸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을 되레 부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예배 참석자 중에 (코로나19)확진자가 있었고 그 확진자한테 쓰인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고 계속 뿌렸기 때문에 사실상 직접적인 접촉과 다름이 없다고 추정한다”며 이를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infodemic·정보감염증)이라고 정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예배 당시 소금물을 분무기에 넣어 예배 참석자들 입에 대고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정부가 종교 시설에 집회대신 온라인 예배를 권고하고 있지만 방송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소형 교회들은 예배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헌금 감소가 교회의 생계와 곧바로 맞물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은혜의 길 교회 김모 목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형교회는 모르겠지만 우리같이 작은 교회, 목회자가 나이가 많은 곳은 유튜브 생중계를 할 인프라를 따라갈 수 없다”며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개신교 목회자 단체 ‘CSI브리지’가 지난 12일 발표한 개신교 276개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예배를 전면으로 하는 교회는 62%였고 22%는 온라인, 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온라인 예배를 활용하지 않았다. ‘은혜의 강’ 교회처럼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소형 독립 교회가 포함되면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교회 93%는 헌금 추이 질문에 “이전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온라인 예배를 강행해도 현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CSI 브릿지는 “애초 헌금 계좌이체의 어색함과 온라인 결제에 대한 노년층의 생소함 등이 헌금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개척교회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대형교회와 교단이 미자립 교회 대상 월세 지원 대책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도는 종교시설의 예배를 금지하지 않지만 참가자들의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2m 이상 거리 유지, 행사 전후 사용시설 소독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도는 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종교시설에 한해 오는 22일부터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집회행사를 제한할 예정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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