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못물에 꽃을 뿌려
보조개를 파다
연못이 웃고
내가 웃다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물주름에 웃다
많은 일이 있었으나
기억에는 없고
못가의 벚나무 옆에
앉아 있었던 일
꽃가지 흔들어 연못
겨드랑이에 간질밥을 먹인 일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고
올라온 일
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
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신작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창비)에서
●정호승 시인 약력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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