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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낼 진짜 힘은 선행"… 온정에 용기 얻는 대구

입력 : 2020-02-26 06:00:00 수정 : 2020-02-26 07: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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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릴레이에 용기 얻는 시민들/ 서문시장 70대 건물주 “고통 같이 하자”/ 청소업체선 시내 곳곳 돌며 무료 방역/ 중학생이 ‘코로나 상황 사이트’ 개설도/ 대구시 의사회장 “우리 의사들도 나서자”/ “대구 가겠다” 타지 의료진 자원 잇따라
쏟아지는 온정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가 지난 24일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대구시청에 보낼 긴급구호물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거리에 사람이 없다? 정부 대응 때문에, 중국인 때문에, 신천지 때문에, 앞선 시민의식 때문에.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이재천 뉴메이크 대표)

대구의 한 광고업체가 폭증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제작한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라는 제목의 1분 2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해시태그 ‘#힘내라_대구’를 소개하며 끝맺는다.

이 대표는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민들 가슴 한쪽에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대구시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

25일 현재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500명을 넘겼다. 그만큼 국내 코로나19 지역 확산 발원지처럼 인식돼 민심도 흉흉하고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극도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한 상가 건물주인 A(74)씨는 감염병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종일 놀이연구소 대표는 최근 중구 동산동 공방 동료들과 함께 재봉틀을 이용해 직접 천 마스크 1200여개를 만들어 쪽방 상담소에 전달했다. 그는 “수작업으로 힘들게 만들었지만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하는 마음에 힘을 냈다”고 설명했다.

청소와 방역소독 작업 업체인 BK종합청소 박병규 대표는 최근 대구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학원 70개 지점 등 하루 10곳이 넘는 곳을 찾아 무료로 방역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힘을 보탰다. 고산중학교 3학년 최형빈(16)·이찬형(16)군은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가짜뉴스가 많은 점을 감안해 국내외 코로나19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사이트 ‘코로나나우’(CoronaNOW)를 개발해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에 확진자가 늘어 마음이 아프다”며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맘카페에서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에게 마스크와 간식 등을 나눠주는 선행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한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릴레이에는 10여명이 동참해 마스크와 간식 거리를 감사 메시지와 함께 전달한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수성구 주민 박모(58)씨는 “힘든 상황이지만 따뜻한 나눔 사연을 들을 때마다 공포가 누그러진다”며 “바이러스를 이겨낼 진짜 힘은 이런 선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방역 일선에서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대구 119구급대 출동을 관리하는 안현우 대구소방안전본부 구급팀 반장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구급차 호출 건수가 줄었는데 시민들이 코로나19 대응에 바쁜 대원들을 배려한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 도심에는 “코로나19, 대구시민이 함께라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힘내 코로나19를 물리칩시다” 등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지난 18일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조치된 경북대병원 인턴 의사 13명은 업무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구시의사회도 대구지역 모든 의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선별진료소·대구의료원·계명대 대신동 동산병원으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살고 있는 터전이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다”면서 “방역당국이 더 많은 의료진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다른 지역에서 대구 파견을 자원한 의료진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전날부터 대구에서 활동할 의료인력 자원을 받은 결과 이날 오전까지 58명이 지원했다. 의사 5명, 간호사 32명, 간호조무사 8명, 임상병리사 3명, 행정직 10명이다. 이들은 환자 조기발견을 위해 선별진료소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에 우선 투입된다.

 

대구=김덕용 기자 ,이진경·박지원 기자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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