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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성 훼손” vs “국무위원일 뿐” 법무장관 당적 공방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02-22 18:00:00 수정 : 2020-02-23 15: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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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당적 보유’ 논란 점화 / 총선 앞두고 공방 격화 / “당적 있을 땐 법무행정·수사 중립성 방해” / 야권 ‘법무장관 당적 금지’ 법안 발의 / 사실상 민주당 소속 추미애 장관 겨냥 /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도 영향” 지적도 /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 역대 법무장관 중 총 9명 국회의원 출신 / 2006년 천정배도 지방선거 앞두고 논란 / 현행법상 장관 국회의원 겸직 막지 못해 / “공정성 위해 포기해야” “강요 못해” 분분
“법무부 장관은 수사 중립성을 위해 당적을 버려야 한다.” “법무장관은 엄연히 정무직 공무원이고 국무위원 중 하나다.” 법무장관의 당적(黨籍)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지난달 중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33명은 ‘법무장관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법률안’(법무장관 정치적 중립 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적을 포기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인물은 법무장관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법무장관의 당적 보유 논란을 쟁점화할 조짐이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사 중립성을 위해 추미애 법무장관은 당적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4월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기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의 당적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할 전망이다.

 

◆야권 “법무·수사 중립성 위해 당적 포기” 공세

법무장관 정치적 중립 법률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무장관으로 임용되는 자는 정당의 당적을 가질 수 없고, 당적을 포기하거나 제명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인물은 법무장관에 임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대통령은 당적을 가진 사람을 법무장관에 임용할 수 없고, 법률 시행 당시 법무장관으로 재직 중인 인물은 법률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장관에서 사임하거나 해임해야 한다는 규정도 들어갔다. 통합당은 “선거사범을 단속해야 할 법무부의 추미애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이) 즉각 당적을 버리도록 조치하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법무장관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은 추 장관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 그의 민주당 당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후보자 지명 당시부터 제기됐다. 1996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16년 20대 총선까지 5선을 기록한 중진의원이다. 추 장관은 2016∼2018년 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19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2월 장관 후보로 내정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탈당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질문에 “민주당 당적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추 장관이 취임한 후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일으키며 당적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나의 명을 거역했다”며 독립성이 보장된 수사기관인 검찰이 마치 법무부와 상하관계에 있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들에 대한 인사 및 관련 공소장 비공개 결정, 수사·기소검사 분리 추진 등 검찰의 여권 인사 수사와 관련해 야권으로부터 “청와대 등 여권 수사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최근엔 총선을 앞두고 전국 검사장들을 소집한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추미애(왼쪽부터), 천정배, 박희태, 박상천

◆역대 법무장관 60명 중 정치인은 추미애 등 9명

그렇다면 역대 법무장관 중 당적을 가졌던 인물은 누구일까. 세계일보가 1948년 8월 임기를 시작한 1대 이인 법무장관부터 67대 현 추미애 장관까지 총 60명(연임·재임 반영)을 전수조사한 결과 추 장관을 포함해 총 9명의 장관이 국회의원(당무의원 포함)을 지낸 뒤 법무장관에 임명됐다.

최초의 국회의원 출신 법무장관은 1950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장관직을 맡았던 4대 김준연 장관이다. 그는 1948년 한국민주당 당적을 가진 채 고향인 전남 영암 지역에서 대한민국 초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민주국민당 상임 당무위원 등을 거쳐 1950년 11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추 장관 이전 당적을 유지했던 인물은 57대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이다. 그는 2004년 여당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2005년 6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2006년 7월까지 재임했다. 당시 천 장관의 열린우리당 당적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지적을 받았다.

 

2006년 2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선거 전에 특정 정당에 소속된 장관이 열린우리당에서 떠나거나 직무에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사범 단속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사퇴나 탈당을 고려해 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천 장관의 당적을 유지한 채 지방선거를 치렀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종결권 등 경찰 권력이 커지면서 경찰청을 소속으로 두고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도 당적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본지가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8년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의 주요 경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당적을 보유했던 국회의원들 몫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 뉴시스

행안장관의 경우 1988년 2월 이상희 장관부터 현 진영 장관까지 총 34명 중 15명이, 국무총리(직무대행·서리 제외)는 1988년 3월 임명된 이현재 총리부터 현 정세균 총리까지 26명 중 11명이 각각 전직 국회의원이었다. 특히 정 총리는 전직 당 대표뿐 아니라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법조계 “당적 포기 시 정책 설득력 얻을 것”

현행법상 장관의 국회의원 겸직은 막을 수 없다. 국회법 2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장관)직을 맡을 수 있다. 의정활동에도 제한이 없다. 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의원내각제 국가는 물론 우리와 같은 주요 대통령제 국가들도 법무장관의 당적을 금지하지 않는다. 2019년 2월 임명된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도 공화당 당적을 지닌 채 장관에 임명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법무 행정과 수사 중립성을 위해 법무부 장관은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법무장관도 국무위원이므로 당적 보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장관은 선거사범·권력형 범죄 수사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다른 장관들에 비해 중립성과 공정한 업무 수행이 더욱 필요하다”며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과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만큼 수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18년 6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6·13 지방선거’ 선거상황실을 찾아 선거개표종합상황판에 당선 확실로 개표결과가 집계된 이시종 당선자 사진 옆에 당선표를 붙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검찰은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검찰이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수사할 수 있는 만큼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법무장관은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무직 공무원이고 국무위원인 법무장관에게 당적 포기를 강요할 순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장관도 다른 장관과 같이 정무직”이라며 “정치적 맥락에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만큼 당적 보유는 본인에게 맡겨야지 법률로 강요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가 수행하는 정책은 단순히 검찰만 아니라 인권, 송무, 국가의 다양한 법제를 다룬다”며 “(검찰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전제로) 법무부도 정당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로 강제할 순 없지만 공정성과 중립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우리 헌법상 법무부 장관의 당적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검찰 권한 축소와 관련해 검찰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장관이 자발적으로 당적을 포기한다면 법무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더 설득력 있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박유빈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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