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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약한 환자들 감염병 취약… 사망자 또 나올까 '전전긍긍' [코로나19 비상]

입력 : 2020-02-21 06:00:00 수정 : 2020-02-21 07: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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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병원 사망자 발생에 불안 고조 / 장기입원·노인 등 많아… 15명 감염 / 31번 환자 청도행·신천지 미용봉사설 / 검역당국, 대구 교회와 연관 여부 주목 / 교인 1001명 중 396명이 ‘연락 두절’ / 대남병원 인근 보건소·요양원 밀집 / 방역 당국, 직원·환자 600명 전수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자가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경북에서 병원, 교회를 중심으로 수십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이라 추가 사망의 위험도 있는 상황이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 대남병원에서만 15명의 환자가 나왔다. 전날 밤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 2명(54·55번 환자)이 양성으로 확인되자 정신과 병동 환자 109명과 의료진, 직원 등 120여명에 대해 우선 검사가 실시됐다.

집중 소독 20일 오후 대전 서구 용문동 대전 신천지 교회에서 서구보건소 방역관계자들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회는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 1명이 예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폐쇄됐다. 대전=뉴스1

이들은 최근 한 달간 외출이나 면회 기록은 없다고 한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 의료진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남병원 옆에는 청도군 보건소,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 에덴원(요양원)이 붙어 있고 통로가 서로 연결돼 있어 전파 우려가 높다. 시설들은 폐쇄된 상태다.

 

정신과 병동에는 54, 55번 환자 외에도 이미 발열 등 증상이 있는 환자가 있었고, 이날 12명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추가로 나왔다. 또 조사 과정에서 이날 새벽 입원해 있던 60대 환자가 숨졌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 사망자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다. 이 남성은 폐렴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역 당국은 청도 대남병원과 신천지 대구교회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31번 환자(61·여)의 동선 조사 중 청도를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천지 미용봉사단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찾아 정신과 병동에 있는 장기입원 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신천지 교회와 대남병원이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를 대구 즉각대응팀과 청도 즉각대응팀이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31번 환자가 다니는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와 연관된 환자는 31번 환자를 포함해 43명에 이른다. 지난 18일 31번 환자가 처음 확진을 받은 뒤 같은 교회 신도들과 이들의 접촉자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전날 14명, 이날 28명이 확인됐다.

 

교회 관련 환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는 31번 환자가 증상발현 후 참석한 지난 9, 16일 예배 참석자 100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까지 “증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90명, “증상이 없다” 515명, 연락이 안 된 사람이 396명으로 파악됐다.

20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이 적막감에 싸여 있다. 이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곳으로 알려졌으며 앞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폐쇄됐다. 연합뉴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과 관련해 중대본은 31번 환자도 2차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환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 교회에서 처음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전체 신천지 관련 환자 발병일을 분석해 보면 31번을 포함해 2∼9일 발병한 환자가 몇 있다가 15∼17일 발병한 환자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어딘가에서 공동노출이 됐고, 이 사람들이 9, 16일 예배를 통해 2차 증폭이 일어났다는 가정을 가지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남병원은 비상이 걸렸다. 대남병원 직원과 환자 250여명은 격리됐으며 같은 건물에 보건소와 노인요양시설 등이 밀집해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대남병원에 입원환자도 많고 인근에 요양병원 등도 연결돼 있어 코로나19가 확산될까 방역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옴에 따라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병원 내 감염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 바 있다. 당시 전체 환자 186명의 92.5%(172명)가 병원에서 감염됐다. 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검역 당국과 의료계가 병원으로의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노력했으나 청도 대남병원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지 못했다.

방역 당국은 직원과 환자 600명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본이 진행하는 검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감염병 확산에 취약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장기입원 환자와 노인 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 추가 사망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환자 6명의 치료를 맡아온 서울대병원의 김남중 감염관리센터장은 “환자 수가 늘어나면 사망자가 늘 것으로 본다”며 “다만 사망환자가 나와도 (기존 환자의 치료) 대책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가 발생할 우려도 당연히 있다”며 “현재까지 비교적 연령이 낮아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가 없었지만, 앞으로 그런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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