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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소리에 주변 반응 민감한데… ‘기침 예절’ 실종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0-02-22 08:00:00 수정 : 2020-02-21 22: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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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 지하철 풍경 / “에티켓 지켜달라” 안내 방송에도 / 일부 승객 “번거롭다” 마스크 안써 / 대중교통서 감염 우려 목소리 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김동환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객이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재빨리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콜록거리길 멈추지 않던 그는 기침을 몰아 하더니 얼굴까지 벌게졌다. 손에 든 커피컵으로 봐서 음료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린 듯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민적 불안이 커서인지, 자연 환기가 쉽지 않고 좁은 데다 인파까지 몰리는 지하철 역사나 전동차에서는 누군가의 단 한 번 기침에도 종종 뒷걸음질한 남성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동차에서 마스크 착용한 승객 세어보니

 

2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누적 감염증 확진자는 총 204명으로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잇따라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10일까지 2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 동안 무려 7배 넘게 증가했다.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의 감염자 발생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코로나19는 종식 단계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엄중히 말한 바 있다.

 

서울 광화문 마스크 행렬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 18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전동차 앞쪽 첫째 칸에 올랐다. 객차 내 승객 72명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17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10여분 후 열차가 상왕십리역을 지날 때는 51명 중 19명이 미착용자였다. 성수역을 지날 때는 53명 중 과반인 29명까지 늘었다. 마스크를 썼다가 벗어버린 이도 있는 것을 보면, 코로나19 민감도는 타인의 기침에 보였던 반응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대체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청년층과 달리 노년층은 착실히 착용하고 있었다.

 

더구나 질본이 강조하는 감염병 예방수칙 중 하나인 ‘기침할 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를 지키는 이는 드물었다. 남을 배려하는 ‘코로나19 에티켓’을 지키는 일에 민감도가 가장 떨어지는 셈이다. 기침 예절을 지키려고 굳이 신경 쓰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28일 서울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하철 전광판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응을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고 알리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번거롭다” vs “당연히 써야”… 엇갈리는 생각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20대 남성은 “마스크를 쓰고 이어폰을 끼면 다소 번거롭다”고 했고, 40대 남성은 “전화 통화를 위해 벗었다 다시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건대입구역에서 음료를 들고 탄 20대 여성 두 명도 “지하철에서 내리면 마스크를 다시 쓸 예정”이라고 답했다. 마스크를 쓴 기자를 보면서 한 승객은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반해 마스크를 쓴 채 나란히 노약자석에 앉은 60대 여성 3명은 “나이가 들면 작은 병이라도 결과는 더 치명적”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연히 쓰는 게 맞지 않느냐”고 입을 모아 되물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출근시간에도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을 지나는 전철 안은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가 이날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승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대구=뉴스1

 

취재일 기준 누적 확진자 31명 중 20∼40대가 18명으로 절반이 넘고, 50∼70대는 12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공교롭게도 마스크를 더 잘 챙긴 50대 이상 중년에서 확진자 비중도 작았다. 특히 60대는 3명, 70대와 80대 이상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바삐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로 서울교통공사의 안내방송이 들렸다.

 

“공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안내말씀 드립니다. 우리 자신과 지역사회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중교통 등 다중 이용시설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고, 손씻기를 생활화하고 기침할 때는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 예절을 중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류가방을 든 코트 차림의 한 남성이 잠시 멈춰 목도리에 파묻힌 마스크를 왼손으로 정비한 뒤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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