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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최고의 백신은 성숙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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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8 23:12:11 수정 : 2020-02-18 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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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계기 ‘외양간’은 손본 듯 / 시민들 개인 위생관리도 철저 / 곳곳 공동체의식 훈훈한 감동 / 방심 금물… 유기적 협력 중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가량이 흘렀다. 방역 당국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기억하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진신고를 하거나 본인의 여행력을 고려해 가급적 타인과 접촉을 피하는 모습 등 과거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시민의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조차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 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외양간만큼은 제대로 손을 본 모양이다.

이천종 사회부장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메르스 때보다 시민들은 각자 개인 위생 관리가 철저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한 달 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울역과 KTX, 지하철, 버스 등 다중 시설과 대중교통을 숱하게 오갔다. 시민들 대부분은 거의 다 마스크를 착용하며 감염병 예방 수칙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설문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6.6%가 메르스 때와 비교해 일반 국민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무려 98.7%에 달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응답자도 81.2%로, 같은 팀의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조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한다’는 응답이 35%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민들이 곳곳에서 보여주는 공동체 의식은 훈훈한 감동을 준다.

마스크와 세정제의 사재기가 횡행하는 와중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등 공용 공간을 자발적으로 소독했다는 말과 함께 인증샷이 꾸준히 올라온다.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손 소독제나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제주의 한 독지가가 마스크 1만5000개를 기부하는 등 익명의 마스크 기부도 잇따랐다. 광주 광산구자원봉사센터는 회원들 재능기부로 지난 6일부터 마스크 제작에 들어갔는데 하루 평균 50명의 활동가가 마스크 제작에 참여하는 중이다.

중국 우한 교민과 이들을 받아준 충북 진천 주민을 응원하는 물품과 후원금도 쇄도했다. 우한 교민을 받아준 충남 아산의 협동조합 ‘그려’ 회원들은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한 교민들과 지역민들을 위해 손소독제를 직접 만들어 제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응원 릴레이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확진자들이 다녀간 지역이나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 알리미’, ‘코로나 맵’을 제작해 시민들이 참고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맵’ 개발자인 대학생 이동훈씨를 거론하며 “특별히 칭찬해야겠다.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정보를 맵으로 보여 주면서, 확진자 동선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지역은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했을 정도다.

과거 감염병 확산 사태 당시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코로나19가 몰고 온 난국을 돌파할 최적화한 무기다.

코로나19 대응은 초반 선방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내에서도 29번, 30번, 31번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국외 위험지역을 다녀오지도,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중요한 시기가 찾아오고 있는지 모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시민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나혼자 살겠다는 이기심이나 이번 기회에 한 몫을 챙기겠다는 구태는 방역체계에 구멍을 만든다. 방역망이 뚫리면 바이러스가 가장 서식하기 좋아하는 혼돈의 시기가 찾아온다. 명심하자. 바이러스가 가장 싫어할 백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스스로가 언제든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백신이니 말이다.

 

이천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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