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현안 대처 따라 판세 요동… 아직 與엔 악재 안 돼

4·15 총선 변수 / 신종 코로나 사태 / 박근혜정부 메르스 대응 미숙 / 지지율 29%… 한달새 10%P↓ / 문재인정부, 미세먼지로 타격 / 신종코로나에 우한교민 귀국 / 文 대통령 지지율 소폭 올라 / 재외국민 투표율 저하 전망도

4·15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생겨났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미세먼지 문제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현안들은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여권의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메르스 사태 대응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갤럽이 2015년 6월16∼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평균이 4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악화된 미세먼지 문제는 50%선을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40%대 중반까지 떨어뜨렸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3월5∼7일 전국 만 19세 이상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6%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우한 폐렴 사태는 현재까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3~7일 실시한 2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우한 교민이 1차 귀국한 1월 5주차 주간집계 대비 1.9%포인트 오른 46.9%(매우 잘함 27.8%, 잘하는 편 19.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1%포인트 내린 49.2%(매우 잘못함 37.1%, 잘못하는 편 12.1%)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입국 제한조치를 취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고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역내 확산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과 통제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여당에 부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총선 당락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번 사안은 초당적 이슈라는 국민적 믿음이 있다”면서 “여당이 (정부 대응을 놓고) 자화자찬하거나 야당이 너무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할 경우 되레 역풍이 불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태는 다른 차원에서 총선 변수가 되고 있다. 우선 국외유권자(재외국민) 총선 투표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국외유권자 투표는 4월1~6일 실시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이때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재외국민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존에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공약 발표 순위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증가하는 데 대해 정부의 대응 역량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선거운동 풍경은 달라졌다. 정치권은 유권자와 악수 등 직접 접촉하는 선거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당이나 예비후보자가 주관하는 행사를 축소·연기할 것’, ‘악수 자제’ 등의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당 우한 폐렴 대책 TF(태스크포스)도 의원 및 예비후보자들에게 악수 대신 ‘손 하트’ 인사를 권유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신상진 우한폐렴TF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한 폐렴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가 초청 긴급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지역구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부터 ‘만 18세 선거권’이 생겨 고등학교 졸업식은 중요한 선거운동 현장이 됐는데, 학교 측에서 코로나 확산 우려로 되도록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구의 한국당 관계자도 “이제 지역구에 상주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거리도 썰렁하고 악수도 못 하고, 그렇다고 다시 서울로 갈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정치 신인’ 등 예비후보자들은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지역구에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놓은 의원들과 달리 선거를 앞두고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됐다. 제주시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문윤택 후보는 “제주도의 경우 무비자 입국하는 외국인들도 있고, 거리에 도민분이 거의 없다. 발바닥이 안 보이게 뛰어야 할 상황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