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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우스개’ 포괄 장르… 1960년대 본격 등장

입력 : 2020-01-29 21:03:12 수정 : 2020-01-29 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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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란 / 산업화 이후 어린이들 문화적 소비 주체로 부상 / 주인공 이름에 성격 드러나 … 상상력·해학 버무려

‘명랑만화’는 해방 후 등장한 아동잡지 한켠에 실린 한두 쪽의 우스개 만화에서 시작됐다.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명랑(明郞)’이란 단어는 1940∼50년대 대중문화계에서 ‘경쾌한 우스개를 포괄하는 장르’란 의미로 두루 쓰였다.

명랑만화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경제 발전으로 인한 도시의 팽창,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국가 주도 가족계획과 초등의무교육 실시 등은 아이들을 확실한 문화소비의 주체로 부상시켰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력이나 과감한 표현을 제지하던 당시의 만화심의제도도 안정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한 명랑만화의 대중화에 영향을 끼쳤다. 데뷔 초기 대중잡지에 성인용 만화를 연재하던 길창덕이 본격적으로 어린이만화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때였다. ‘재동이’(1966)를 비롯해 ‘돌석이’(1969), ‘꺼벙이’(1970), ‘딸딸이’(1972), ‘신판 보물섬’(1974), ‘쭉쟁이’(1977), ‘다부지’(1980), ‘고집세’(1982) 등을 선보였다.

명랑만화는 기본적으로 ①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②도심의 신흥 주택지 골목에서 ③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에피소드형 만화라 할 수 있다. 이름과 얼굴에 성격이 드러나는 주인공, 이를테면 꺼벙이나 고집세, 돌석이 등이 등장하는 점도 공통적이다. 1970년대 들어 ④일상성의 강화, 즉 월단위 학교 스케줄에 맞춘 사건(월간 잡지)이나 일상 해프닝(어린이 신문)이 주로 다뤄졌다. 여기에 길창덕식 명랑만화는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도 은연중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 차별화됐다.

그렇다고 명랑만화가 꼭 어린이 만화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길창덕의 ‘순악질 여사’(1970), 박수동의 ‘고인돌’(1974), 정운경의 ‘가불도사’(1979)같이 어른 정서에 맞춘 만화도 있었다. 이 역시 우스개 캐릭터가 나오고 매회 시리즈가 연재됐다.

‘한국 만화 르네상스’라 불리던 1980년대에도 명랑만화는 힘을 잃지 않았다. 1982년 창간된 만화전문잡지 ‘만화 보물섬’ 창간호를 보면 전체 21개 작품 중 3개가 명랑만화로, 가장 많이 실린 장르였다. 이후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1983)나 김동화의 ‘요정핑크’(1985), 배금택의 ‘열네살 영심이’(1989) 등은 명랑만화의 ‘숲’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명랑만화는 1990년대 등장한 일본 만화에 밀려 급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참고문헌: ‘길창덕’(2019), ‘명랑만화의 탄생과 전개’(2017)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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