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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안할 것… 한국 파병은 불필요”

입력 : 2020-01-28 22:00:00 수정 : 2020-01-28 2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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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라바 美 조지타운대 국제·지역학연구소장 / 한국 부대가 활동 반경 넓히는 건 / 美·이란 관계 고려한 영리한 결정 / 美와 동맹 때문에 파병했다는 걸 / 외교 풀가동해 다각도로 알려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난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은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지 않았다(irrelevant and unnecessary)”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청해부대 작전지역을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해 ‘독자 파병’하기로 한 것이 알려진 지 이틀 뒤다.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국제·지역학 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란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파병했다는 점을 이란인들에게 다각도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캄라바 소장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파병했을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만 보면 (파병) 조치가 필요했다고 할 수 없다”며 “이란으로서는 무인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등 유조시설을 공격하는 게 훨씬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까지 모두 군대를 보내고 있지만 군사전략적으로 비합리적”이라며 “한국 정부의 결정에는 다른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정부에 자문했다면 파병을 안 하도록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주한미군 주둔비를 재산정하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기존 파병 부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식을 택한 것은 (미·이란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했다는 점에서) 영리하다(clever)”고 평가했다.

 

캄라바 소장은 올 초 일촉즉발의 긴장을 지나 현재 미·이란 간 ‘억지력(deterrence)’이 돌아온 상태라고 봤다. 40년간 계속돼온 미·이란 사이 수면 아래 긴장은 매우 팽팽하며 상황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현상유지(status quo)’로 돌아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가장 큰 물음표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거셈 솔레이마니 제거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캄라바 소장은 “이란은 이 분쟁에서 매우 논리적(logical) 행위자”라며 “이란은 미국이 위협하면 위협하고, 협상하자면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솔레이마니 살해 후) 이란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국이 다시 그런 일을 한다면 이란은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앙갚음(tit for tat)’이 이 지역의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캄라바 소장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할 경우 이란군이 한국군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것 같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파병으로 우발적 사고(accident)의 가능성이 늘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태를 예로 들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선거 국면에 들어서는 것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원인이다. 2월에 이란 총선이 있다. 그는 “이란에서 대외정책은 의회, 대통령, 이슬람혁명수비대, 라흐바르(최고지도자) 간 타협의 결과물”이라며 군대를 배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의회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상황 전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선거와 탄핵 국면을 동시에 맞고 있다. 그는 미국 여론에도 ‘랠리효과(위기 국면에서 단기 대중 지지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캄라바 소장은 이란계 미국인이다. 15세 때 이란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도하에 거주하는 그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을 오가며 지역 정세를 연구하고 있다. 수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이란이 외교 채널에서 유감을 표시할 것이지만, 한국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정부는 이란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 때문에 파병했다는 점을 ‘막후(behind the scenes) 외교’와 ‘공공외교’를 동시에 작동시켜 다각도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하=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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