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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부조리' 폭로한 故문중원 기수…장례도 못 치뤄 [이슈+]

입력 : 2020-01-26 17:00:00 수정 : 2020-01-26 15: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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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장 내 기숙사 화장실에서 마사회 ‘갑질’을 유서에 폭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15년차 경마기수 고(故) 문중원씨의 장례가 59일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를 서울 광화문으로 옮겨 마사회 측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설 전까지 마사회 측과의 교섭을 촉구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 유서에 담긴 승부조작 의혹… “(고인이) 힘들다는 얘기 자주했다”

 

26일 유가족 등에 따르면 문씨는 경마 과정에서 승부조작 등 내부에서 오는 압박을 주변 동료들에게 토로해왔다. 문씨의 한 동료는 기자와 통화에서 “조교사가 부당한 지시를 할 때 선수는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된다”며 “남들은 (승부)조작이라고 하지만 기수 세계에서는 작전이라고 정당화하는데 (문씨가 평소)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했다”고 말했다.

문씨의 아내 오은주씨도 지난 2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오늘은 몇 등으로는 가지 말아라’, ‘말을 당겨서 들어오지 말아라’, 그런 승부 조작의 지시를 받았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그러면 하지 마, 안 한다고 해, 그렇게 나는 못 하겠다고 해’라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해, 그래도 해야지’ 그게 일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씨는 “속은 다 썩어들어가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고 푸념했다.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회의를 느낀 문씨는 직접 조교사가 되겠다며 자격을 취득했지만 마사회로부터 4년 념게 경마장 내 ‘마구간’인 마방을 배정받지 못했다.

 

문씨는 유서에서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며 “(경마 출전 가능 여부를 가리는) 주행검사에서부터 합격만 할 정도로 타라 하고 데뷔전(특정 말이 처음 경마에 출전하는 날)에 뻑(탈락)시키고 다음엔 쏘아먹고(잘 달리게 하고), 말들은 주행 습성이란 게 있는데 그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 지시를 내려서 아예 인기마(馬)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마방을 배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가 생기는데 (마방을 얻기 위해선)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됐다”고 했다.

◆ 죽음 후 59일째 장례 치르지 못해…광화문 운구차에서 설 보낸 고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모인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문씨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기 전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서울 광화문에 시민분향소를 꾸렸다. 고인의 시신은 운구차에 실려 지난달 27일 시민분향소 옆에 안치된 상태다.

 

시민대책위는 마사회 측과 설 전 협상을 촉구하며 4박5일 동안 경기도 과천시 마사회 본부에서 청와대 앞까지 26㎞ 오체투지 행진을 감행했으나 현재까지 마사회 측과 협상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고인의 유서에도 쓰여 있던 경마기수에 대한 갑질과 부당행위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를 사주했던 마사회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인의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경마의 회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며 “설 연휴가 끝나기 전까지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마사회 측은 부정경마 및 조교사 개업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시민대책위와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우선 직위해제하고 내부감사에 나선 상태다.

앞서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도 지난 20일 “불공정 구조를 개선해나가겠다”며 노조를 설립하고 나섰다. 부산경남경마장에서는 2005년 이후 마필관리사 3명과 문씨를 비롯한 기수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오경환 기수는 “노조의 출발점은 7명 노동자들의 의로운 죽음과 저항에 있다”며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조를 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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