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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뿌듯하지만 책임감 커… 인물·공약 보고 투표할 것” ['창간 31' - 만 18세 유권자에 듣는다]

, 창간 특집

입력 : 2020-01-31 06:00:00 수정 : 2020-01-30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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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사고에 정당 불신 / 청년정책 끝까지 지켜질지 의문 / 정치 관련 교육 시스템 바람직 / 국민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 비리 등 후보 과거 행적 살필 것 / 청년정책은 표심 노린 몸부림 / 학생들 자유롭게 생각 나누고 / 학교는 민주적 사고방식 유도를 / 선거권, 권리 얻은 것 같아 기뻐 / 20대 청년공천 ‘꼭두각시’ 우려 / 정치관 형성 ‘뉴스’ 가장 큰 영향 / 정당들 특정세대 편향돼선 안돼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회의실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살과 열아홉살 청년(임주현, 정유경, 표승용)이 모였다. 정치, 이들에게 다소 먼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올해 총선부터 선거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이들에겐 선거권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권은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춰졌다. 연말연시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검찰개혁 문제 등에 대해선 다소 관심도가 떨어졌지만 지난해 여름과 가을, 정국을 강타한 ‘조국사태’ 등 입시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각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나타냈다.

-바뀐 선거법 덕분에 올해부터 투표가 가능해졌다. 소감은 어떨지 그리고 투표를 할 건지?

정유경(이하 정)=“만 18세 선거권 부여가 재작년부터 이슈였지만 어떤 세력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안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생기니까 얼떨떨하다. 처음하는 투표여서 책임감이 생긴다.”

표승용(이하 표)=“난다긴다고 하는 사람들과 같은 한 표를 갖게 돼서 뿌듯하다. 저만의 권리를 얻은 것 같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뿌듯하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꼭 투표를 하겠다.”

임주현(이하 임)=“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거권이 생겼다고 해도 별로 크게 와닿지 않는다. 주위에 이미 선거권이 있는 사람들도 안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투표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잠깐이지만 그 시간에 투표하러 가는 게 귀찮고 시간이 아깝다.”

-고3 후배들 중 일부도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만약 고3이라면 투표를 하겠나?

정=“교복 입고 기표소 들어가는 게 뜻깊을 것 같다. 우려되는 건 주변 친구들 중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주변에서 지지하는 정당 뽑으라고 하면 그것만 믿고 뽑을까봐 걱정은 된다.”

표=“우리나라에서 고3은 공부하는 신분이지만 그래도 투표는 잠깐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첫 투표라는 기념도 있을 것이다.”

-투표를 할 때 주로 어떤 점을 볼 것인가?

표=“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치 글을 주로 접한다. 공약 위주로 보긴 하겠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공약보다는 정당을 보는 것 같다.”

정=“정당도 중요한데 그 사람의 과거 행적, 특히 비리가 있는지, 이런 걸 볼 것 같다.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 공약도 한 세대만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노인복지를 하면서도 청년실업 문제를 같이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임=“인물·공약이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지 보고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기성정당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표=“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악의 세력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고3이 되고 정책 등을 들여다보고 특히 조국사태를 보면서 어느 한쪽을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어느 정당이나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정=“일단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조국사태 때 그런 이미지가 다소 멀어졌다. 한국당은 친구들도 썩 이미지가 좋진 않다. 학교 앞에서 입당하라고 전단지를 나눠 주는데 친구들끼리 ‘한국당 또 저런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소수정당도 잘 살펴보려고 한다.”

임=“휴대폰으로 기사를 접하는데 이 당이든 저 당이든 안 좋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불거지다 보니 어느 당이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각 당에서 청년정책, 청년 정치인 발굴이 요즘 화제다. 실제 20대 선택에 영향이 있을까?

정=“확실히 청년 관련 공약은 눈길이 가는데 저희 표를 받고 싶어서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청년수당 등은 국가의 세금 들어가는 다른 곳 예산을 빼서 준다는 거니까 국방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노인복지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볼 것이다.”

표=“20대 청년 공천은 못 믿겠다. 사회에 나간 지 얼마 안 됐는데 의원이 된다고 해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밖에 안 될 것 같다. 제 투표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임=“뭔가 크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옛날에는 정책을 내놓으면 획기적이고 뭔가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안 지켜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다 보니 청년정책 이런 거 신뢰가 안 간다.”

-친구들과 정치 얘기는 자주 나누는가?

표=“고1·2 때는 거의 안 했는데 고3이 되면서 정치뉴스가 쏟아지더라. 노인일자리 늘린 것, 원자력 폐지, 통계청장 바뀌어서 통계가 조작된 것은 아닌지 등등, 조국 전 장관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굳이 저렇게까지 챙겨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대화들 나눴다.”

정=“학교에서 대놓고 정치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실시간 검색어에 떠 있으면 가볍게 주고받는 정도다. 물론 고3 때 조 전 장관 딸 입시비리의혹 사건이나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사건 등은 입시와 관련이 있어서 비판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임=“학교에서는 거의 안 한다. 그런데 제가 직업군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 학원을 가보면 거기에서는 정부에 대해서는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한다. 군인은 대통령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걸 자주 듣는다.”

-일부에서는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한다. 정치 관련 과목 등 선생님 수업이 학생 정치성향에 많이 영향을 미칠까?

정=“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데 선생님들이 개입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정치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춰 나가고 정치관을 형성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학교에서도 ‘법과정치’를 배우는데 우리한테 정치 얘기를 못 하게 하는 건 잘못이다. 다만 선생님들은 강요는 하지 않되 민주적인 사고방식 갖도록 유도하는 정도만 역할이 필요하고, 나머지는 우리끼리 토론하는 정치판 정도는 형성되는 게 좋다고 본다.”

임=“우리 학교는 거의 없었다. 일반고였지만 체대를 준비하는 애들이 많아서 그런 말 비슷한 게 나오려고 하면 애들이 빨리 끝내자고 독촉해서 그런 발언이 나오질 않는다.”

표=“선생님들도 그런 얘기 하다가 누가 영상을 찍으면 큰일나니까 자제하려는데,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선생님의 정치성향이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면 기계적으로 반대성향 관련 얘기도 언급한다.”

-정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

표=“아무래도 뉴스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결국 기사 링크를 기반으로 공유된다.”

정=“저도 미디어 영향이 큰 것 같다. 물론 어디에 프레임을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광화문 일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뉴스가 나오는데, 시위 때문에 교통길 혼잡해졌다고 하더라. 차가 막힌다고 프레임 씌우면 사람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관심을 안 갖고 민폐라고만 여긴다. 그래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임=“저는 SNS랑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받는다. SNS에서 돌아다니는 것들 보고, 주위 어른들로부터 얘기를 듣는데 어떤 정책 때문에 피해를 본다거나 어려운 일을 겪으면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럽에서는 30대 총리가 나오는 배경에 어릴 때부터 정당활동을 하고, 정치 관련 교육을 받는 학교 시스템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굉장히 좋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배워오면 20대 때가 가장 똑똑한 시기라고 보는데, 그러면 자기 사고방식도 넓어지지 않겠는가. 외국은 선거철에 학생들도 나가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수능공부만 한다. 청소년기에 입당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활동 장려하는 거 찬성한다.”

표=“저라면 안 할 것 같다. 우리나라 현실에 어릴 때부터 특정 정당 활동한 이력이 있으면 취업 때 불리하게 작용되고 부메랑으로 돌아올까봐 걱정이다.”

임=“저는 정말 좋은 취지라고는 생각한다. 유럽은 그런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 정치인을 위한 양성 학교나 어디 분야든가 그런 게 없지 않나.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져서 공부를 해야 좋은 정치인이 나온다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각 정당과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임=“국민을 많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이건 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저희한테는 이득이 안 되고 불편해진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우리 입장이 되어 보고, 입장을 확실히 알아서 저희를 위해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

표=“저도 한쪽 세력이나 특정 세대의 얘기만 편향되게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정=“정치가 국민 모두의 것이 됐으면 한다. 옛날에는 어른들의 전유물, ‘그들만의 리그’라고도 했다. 선거연령 낮아지면서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국민 모두를 위해서 특정인만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면 좋겠다.”

 

최형창·이현미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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