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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1단계 무역 합의에… 한국경제 먹구름도 걷히나

입력 : 2020-01-17 06:00:00 수정 : 2020-01-16 23: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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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1단계 무역 합의… 향후 전망은/ 美, 중국산 3700억弗 관세 유지/ 2단계 협상카드 활용 의도 담겨/ ‘이행강제’ 조항도 갈등 소지 다분/ 보조금·화웨이 문제 등 이견 여전/ 2단계 ‘핵심 쟁점’ 가시밭길 예고
도널드 트럼프(앞쪽 오른편) 미국 대통령과 류허(앞쪽 왼편)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최종 서명하면서 세계 경제에 드리워졌던 불투명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확전을 피하고 사실상 휴전에 들어간 것은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중 모두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 이상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선 행보를 본격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까지 경제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합의를 서둘렀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최종 서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2단계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측의 합의이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관세 완전 철폐, 중국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중, 2000억달러 추가 구매 가능한가?… 관세철폐 등 합의이행 과정 갈등 가능성도

당장 1단계 합의이행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 미국은 1단계 합의 이후에도 약 37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2단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합의문에 ‘이행강제 메커니즘’(스냅백) 조항을 넣었다. 어느 한쪽이 합의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실무급, 고위급 협의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비례적인 시정조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다섯번째)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오른쪽 다섯번째)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후 마주 앉아 양국 외교 관계자들과 함께 오찬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이 이를 행사한다면 중국 측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중국 측은 1단계 합의 이행 약속을 위반했다는 미국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양측 간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 현지 언론은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관세를 재부과할 경우) 그 어떤 것도 중국의 보복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약속한 미국산 제품 추가구매가 가능한지도 쟁점이다. 중국 측 의지와 관계없이 중국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산물 추가구매가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론이 크다. 무역분쟁 이전 2016년에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200억달러에 불과했다. 미 CNBC는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구매 약속을 이행하려면 미국산 제품을 미친 듯이 사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2단계 협상은 불투명… 국유기업 보조금, 기술 강제이전 등 핵심 쟁점 여전히 이견

1단계 합의문에는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기술 강제 이전 등 불공정 무역관행, 최첨단 산업 분쟁을 상징하는 화웨이 제재 문제 등이 빠졌다. 2단계 협상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중국으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개방을 일부 확대하고, 금융 부분 개방을 가속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첨단산업 보호나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등은 중국 경제 경쟁력의 보루라는 인식이 강하다. 첨단산업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이고, 보조금 지급을 통해 국유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보조금 지급 중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중국 측 현지 분위기는 복잡 미묘하다. 당장의 파상 공세를 유예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일시적인 휴전’이라며 향후 불협화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나아지는 건 없다. 그러나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2단계 협상이 난항일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韓 ‘대외 불확실성’ 축소됐지만… 수출 개선은 ‘글쎄’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지난 2년간 한국 경제를 옭아맸던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 합의가 세계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한국 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한국 수출에는 부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표출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 합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영향이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인이 크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정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타결에 따른 세계교역 회복을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펴낸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지속한 양국 간 관세 인상 기조가 관세 인하 기조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KIEP는 다만 “기존 관세의 인하 효과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아 중국의 수출 증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수출 증대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특히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수입을 약속하면서 한국 수출이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KIEP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미 쇼핑 리스트가 에너지·농산물에서 반도체·전기전자·화학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15일 미·중 무역 합의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특별 강연에서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은 줄이면 한국 (전자제품 등)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날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07포인트(0.77%) 오른 2248.0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5포인트(0.04%) 오른 2231.93에서 출발해 2230선 부근에서 등락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이다가 장 마감 직전에 2240선을 돌파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내용은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이 여파로 미국 증시는 차익 매물이 출회되는 경향을 보였고, 한국 증시에도 차익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7.36포인트(1.08%) 오른 686.52에 거래를 마쳤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국기연 특파원, 세종=박영준, 김범수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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