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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게임의 룰’… 위성정당 출현·소수당 약진 ‘다당제’ 예고

입력 : 2020-01-06 06:00:00 수정 : 2020-01-06 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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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관전포인트는 /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 / 황교안 ‘강경우파 노선’ 평가 주목 / 중도층 감안 부정적 영향 불가피 / 한국당,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 착수 / 민주당도 가능성 완전 배제 못해 / 북·미 협상 결과 보수결집 큰 영향 /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도 변수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여 일 앞둔 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 선거까지 남은 날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부의 ‘중간 평가’나 다름없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과 ‘권력 교체’, ‘정책 수정’을 통해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내세우며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른 진보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이루지 못한 진보적 어젠다를 입법화할 수 있다. 여당이 패배하면 대대적인 정책 수정 압력에 봉착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큰 정부’ 등을 기치로 내세우며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친노동 정책을 펴왔다. 총선 결과는 이런 정책의 진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5일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대구 서구 중리동 선관위에서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대구=뉴스1

민주당에게 이번 총선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야당과 2017년 5월 9일 대선,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이은 세 번째 대결이다. 2017년 대선 이후 보수·진보 정당이 분열하면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외에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이 경합하고 있다. 보수 통합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수 진영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부터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 전체 득표율의 3% 이상을 차지한 군소정당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제도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 정치가 단순다수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소선거구제’ 하의 거대 양당 체제에서 다당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다당 체제에서는 이슈별로 정당 간 연대가 활발해진다. 군소정당의 반대로 안건이 변질하거나 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있다.

이번 총선은 2022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문재인정부는 안정적 의회 권력을 토대로 다른 진보 진영과 연대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통합된 보수가 이기면 차기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다.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정부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

 

이번 총선에서는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문재인정부 심판론’과 국정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심판론’이 정면으로 충돌할 예정이다.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도 반영될 것이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여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의견은 35.2%에 그쳤다. 오히려 ‘야당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이 51.3%에 달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시기 이뤄진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계명대 김관옥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최근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등에서 장외집회와 삭발 등 강경책을 택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이 다 통과됐다”면서 “결국 한국당이 원하는 것을 하나도 반영 못 시킨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민들이 얼마나 책임 있는 정당이라 인식할지 등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강경우파’ 한국당… 보수통합이 관건

 

한국당의 총선 성적표는 ‘황교안 체제’의 강경우파 노선에 대한 민심 평가에 달렸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국회 경내 집회’ 등은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선거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당 내 수도권 의원들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보수의 총선 승리는 보수의 통합 여부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깃발 아래 중도보수 세력의 빅 텐트를 치겠다면서 새해 첫날 통합추진위원회의 출범을 범야권에 제안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보수통합이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인천대 이준한(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통합이 제대로 되려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제3의 지역에서 ‘다 털고 모이자’는 식이 돼야 할 텐데 과연 그 정도의 통합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현재의 황 대표 세력 주축이 그런 상황을 그대로 놓고 바라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문제가 보수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지, 던진다면 어떤 메시지냐에 따라 총선 판이 요동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한국당’ 창당 효과는 얼마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도 변수다. 한국당은 이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응해 ‘비례자유한국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당은 간판급 현역 의원들을 비례한국당으로 이적시키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을 통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일각에선 위성정당 창당이 ‘박빙’인 수도권 지역 표심에서는 명분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교수는 “위성정당으로 비례에서는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할 순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히려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포기할 경우 소수정당 의석이 늘어나지만 민주당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4+1’ 공조를 이어나간다면 범여권 차원의 국회 과반을 노려볼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소수정당, 제3 정치세력 선전할까

 

정의당 등 소수당의 약진 역시 주목된다. 이 교수는 “이번에 선거법 개정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정당은 정의당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의당은 현재 정당 지지율 6∼7%대로라면 비례대표 의석수만 9∼11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당은 20석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일부가 개혁성향에 따라서 정의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고 일부 중도층까지도 흡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또다시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될지도 관심 대상이다. 유승민 의원 등 새로운보수당의 창당과 향후 행보도 중요 변수다.

 

그러나 기존의 지역구 의석 253석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20대 국회 수준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교수는 “다당제로 가긴하겠지만 양당 구조가 완벽하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과도기적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에는 선거철에 구심력 중심의 통합이 힘의 원천이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통합이 아니라 일정부분 각자도생의 원심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어떻게 해도 의석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통합을 해도 선거 이후에나 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관권 선거 의혹 수사’ 변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남북, 북·미 회담의 덕을 봤다. 이번 선거에서도 북한 문제가 극적으로 풀려나가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정치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레드 라인’을 넘어서는 도발에 나서면 이는 보수층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있다.

 

검찰이 진행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결과에 따라 총선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세력의 선거 개입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질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선거부터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표심 향방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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