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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 비는데도 앞다퉈 살포… 미래세대에 ‘부메랑’ [심층기획 - '눈덩이 현금복지' 해부]

입력 : 2019-12-02 06:00:00 수정 : 2019-12-01 2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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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저출산·노인빈곤 완화” / 재정 악화에도 현금 지원 사업 늘려 / 기초연금 예산 2018년 9조→내년 13조 / 中企 혁신 바우처도 2020년 9배 급증 / 고령화로 앞으로 더 많은 돈 들어가 / 전문가 “현금 지급은 취약층에 집중 / 공공사회 복지지출 속도조절 필요”
정부부처들은 청년의 구직활동을 돕거나,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현금지원을 늘리고 있다. 국가가 성장하면서 복지예산이 확대되는 것은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세수 부진 등으로 재정이 악화하고 있고, 고령화로 앞으로 더 많은 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금 뿌리기’가 과용되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부처 앞다퉈 현금지원 사업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금성 지원 사업 중 가장 예산 규모가 큰 것은 보건복지부 기초연금이다. 내년도 13조1546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복지부 전체 현금지원 예산에서 기초연금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기초연금 예산은 2018년 9조1229억원에서 올해 11조4745억원, 내년 13조원 이상으로 늘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소득 하위 40%까지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다른 노인 관련 사업인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올해 1056억원에서 내년 3728억원으로 3.5배 늘어난다.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도 지급 대상이 늘면서 관련 예산은 2018년 7000억원, 올해 2조1627억원, 내년 2조2834억원으로 불어난다.

고용노동부 구직급여는 현금사업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해고 등 사유로 실직한 경우 급여를 지급한다. 구직급여의 내년 예산은 9조5158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년보다 22%, 2017년보다는 57.3% 증가한 규모다.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고, 경기불안으로 실업자도 늘어나면서 지급액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업급여 적립금이 줄고 있어 불안한 상태다. 올해 신청자가 늘면서 985억원의 예비비까지 충당된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 2조1600억원이 편성됐다.

청년들에게 주는 현금도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2년 동안 300만원을 납입하면, 기업이 400만원, 정부가 9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엔 2년형 외에 3년형, 5년형이 신설됐다. 예산은 2018년 4258억원, 2019년 9517억원, 2020년 1조2214억원으로 2년간 2.8배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준비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주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올해 신설돼 1581억원이 쓰였고, 내년 1648억원이 책정됐다. 내년엔 저소득층 실업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추진된다. 예산안상으로는 2802억원이지만, 실제로는 5200억원, 2021년 1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예산 증가율을 보면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 예산이 가장 크다. 올해 63억원에서 내년 595억원으로 9.4배 급증이 예상된다. 소규모 제조업체에도 기술지원, 컨설팅 등을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매니저, 배송서비스, 공동마케팅 등을 바우처로 제공하는 ‘시장경영 혁신지원’ 예산은 126억원에서 141억원으로 11.9%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 농업인 영농정책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47.1% 늘린 315억원으로 잡았다. 대학생의 농업 분야 취업,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청년창업농육성장학금도 내년엔 농대생뿐 아니라 비농대생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임산부에게 친환경농산물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90억6000만원)도 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학생에게 300만원 주던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을 내년 400만원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예산은 올해 780만원에서 1107만원으로 41.9% 늘렸다.

◆재정 여력 없는데 증가 속도 빨라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현금지원 중 규모가 큰 구직급여, 산재보험 급여, 기초연금, 아동수당, 어린이집 영유아보육료 지원, 유치원 유아교육비 보육료 등은 법령에 따라 재량 여지없이 지출해야 하는 돈이다.

특히 노인인구 증가로 기초연금, 노인돌봄서비스 등 노인지원 사업에 쓰이는 돈은 급속히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2018~2027년 기초연금 재정소요 추계’에서 소득하위 40%까지 월 30만원으로 확대할 경우 2027년 27조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속도도 빠르다. 국민연금연구원 ‘아동·가족복지지출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의 공공사회복지지출 증가율은 2000~2015년 7.7%로, GDP 성장률 4.3%보다 크다. 류재근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고려하면 전체 공공사회복지지출의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를 몸에 비유하면 비계는 현금지출이고, 근육이 서비스다. 비계를 덜어내고 근육을 키우는 방향으로 복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현금 지급은 취약층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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