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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암 발병’ 익산 장점마을, 손배訴 추진

입력 : 2019-11-20 19:16:57 수정 : 2019-11-20 19: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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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비료공장 탓” 발표에도 / 전북도·익산시 ‘면피성 사과’ 급급 / 주민대책위, 구제신청 대신 소송 / 시민단체는 책임자 문책 등 촉구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이 비료공장과 인과관계가 성립된다는 환경부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책임자 처벌과 주민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 발생에 대해 뒤늦게 사과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피해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면피성 사과’에 불과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주민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의 주요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으로 고온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암물질이라는 환경부 발표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가 지난해 말 인근 유기질 비료공장 인근 바닥을 파헤치자 새까맣게 오염된 토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 제공

20일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소송 대상자는 발암물질을 무차별적으로 내뿜은 비료공장(금강농산·폐업)과 비료공장에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공급하고 이용 실태를 점검하지 않은 KT&G, 주민의 숱한 민원에도 형식적인 관리·감독으로 일관한 익산시, 전북도, 환경부 등 행정당국이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환경 오염 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피해구제는 대상이 선별적인 데다 배상액수도 치료비 본인 부담금 정도로 미미해 암 치료와 사망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 대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환경부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15일부터 잇달아 입장 발표를 통해 “미숙한 행정과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사과와 함께 주민 피해 보상과 마을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장점마을 주민들은 “비료공장이 10년 넘게 불법으로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는데도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암 환자들이 집단으로 발병해 숱한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안이한 행정을 해오다 환경부 발표가 나온 뒤에서야 서둘러 면피성 사과에 급급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전북도지사는 간부를 내세워 형식적으로 사과토록 하고 익산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익산시도 법적 절차 없이는 피해배상이 어렵다는 면피성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 공장들이 빼곡히 차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난립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오는 쇳가루와 비산먼지 등으로 암과 호흡기질환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익산지역 2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비료공장 가동 이후 16년간 숱한 주민 민원에도 단 한건의 행정 제재가 없었고, 되레 환경 관련 우수업체로 전북도지사 표창을 수여했다”며 역학조사에서 드러난 관리·감독 소홀과 불법행위 묵인, 역학조사 방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환경부와 KT&G가 연초박으로 비료를 생산하는 전국 7개 업체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와 관련법 제정 등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최근 장점마을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과 주민들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점마을에서는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배출로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14명이 숨졌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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