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검찰·한국당에 눈엣가시 황운하 “표창원처럼 되더라도 정치개혁 위해 도전할 것” [인터뷰+]

관련이슈 이슈 라인

입력 : 2019-11-19 06:00:00 수정 : 2019-11-19 10:29: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환하게 웃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만약 내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나 역시 표창원 의원처럼 국회의원 4년 하고난 후 질려서 더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 공적가치를 위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정치개혁을 위해 일단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치안감)은 18일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전격 명예퇴직원을 낸 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찰대 1기로 경찰대 총동문회장을 지낸 황 청장은 평소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지비판하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에 사활을 걸다시피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비리를 파헤치는 수사도 과감하게 벌이는 등 검찰에는 눈엣가시였다. 울산경찰청장 시절이던 지난해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벌여 자유한국당과도 날선 각을 세웠다. 이런 이력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의 구미를 당겼다. 그럼에도 제복을 벗지 않았던 그가 돌연 ‘명퇴신청’을 한 배경은 뭘까. 

 

이와 관련, 황 청장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을 떠나기 위해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고 알리면서 “2~3년의 정년이 남아있고, 남은 기간 결초보은의 마음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겠다는 각오를 다져왔지만 경찰에서 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고집하는 것이 저의 오만이고 독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수받을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뒷모습이 아름다운 퇴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981년 경찰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찰은 제 운명이 됐고 어느새 38년이 흘렀다. 경찰과 함게 웃고 울고, 때론 당면한 부조리에 분노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면서 검찰개혁의 한 축인 검경수사권조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구조개혁은 경찰의 이익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정의가 숨쉴 수 있고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민주적 형사사법제도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며 “경찰 밖에서 더 정의롭고 더 공정한 세상을 향한 저의 역할을 모색하고, 더 원대하고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세계일보와 일문일답.

 

-뜻밖이다. 퇴직원을 내기로 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최근까지도 고민을 거듭 했다. 내부에서 끝까지 남아달라는 요구도 많이 있었지만 (경찰대) 후배가 경찰청장을 하고 있는 데다 후배들과 그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은 욕심일 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여기저기서 ‘정치에 참여해보라’는 요구도 많아 결국 방향을 틀기로 했다.”

 

-정치 참여 요구를 오래 전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 10년도 넘었다. 그 전에는 (정치 참여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데다 경찰에 남아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도 정치를 막연하게 생각한다면 아예 정치에 뜻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찰에 끝까지 남을 것인지, 정치에 뛰어들 것인지 결단을 해야 했고 그렇게 한 것이다.”

 

-어떤 목표가 있어서 정치 참여를 택한 것인가.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내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우리 사회가) 절대 비워둬선 안 되는 중요한 공적영역이어서 누군가는 숙제하듯이 의무감으로 담당해야 한다. 물론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 나는 그동안 공적인 영역에서 이른바 공적가치를 생각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공적 마인드로 훈련이 잘 돼 있다. 현직에 있을 때도 경찰개혁과 검찰개혁 위해 역할해 왔듯 이제는 정치개혁 위해 역할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게 정치를 하려는 목표다.”

 

-경찰대 후배(5기)로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그렇고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가 한계 느끼고 좌절하고 그런다.

 

“나도 그럴 것 같다.(웃음) 표 의원과 같은 분들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나도 (정치를) 안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나를 설득하는 사람들이 ‘그럼 누가 정치하려고 하겠느냐. 표 의원도 자신은 (국회를) 떠나지만 누군가 의욕있는 사람이 새롭게 맡아서 해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해서. (만약 당선된다면) 나도 해보다가 표 의원처럼 4년 하고 질려서 더 못하겠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도전하기로 했다.”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는데 가족들이 동의하던가.

 

“가족 중에 (정치한다고)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겠나. 정년도 아직 남아있는데. 계속 설득하고 잘 달래서 동의를 구했다.”

 

-민주당으로 입당하나. 출마하게 되면 지역구는 어디로 할지 정했나.

 

“아직은 명퇴 신청이 받아들이지 않아 어떤 당으로 간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고향인 대전에서 봉사하고 싶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 지역구인 대전 중구로 나갈 생각이다. (황 청장은 대전 동산중과 서대전고를 나왔다.)

 

18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지장이 정치공작 수사 혐의에 대해 조속한 수사와 함께 엄벌을 검찰에 촉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 전 시장은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전 청장이 고향인 대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며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김기현 죽이기’ 정치공작을 기획하고, 공권력을 악용해 김기현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없는 죄를 조작해 덮어씌우기를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시 그 대가로 청와대가 황 전 청장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주기로 약속하고, 경찰 수사권을 이용해 무죄인 사안을 마치 죄가 있는 것처럼 조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황 전 청장의 총선 출마 의사로 추악한 거래의 진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 관련한 수사를) 원칙대로 했을 뿐인데 자유한국당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고소·고발한 것 아닌가. 김 전 시장이 피해자인 척 하면서 정치적 입지 확보할려고 소설쓰듯 주장하는 거라 신경쓰지 않는다.”

 

-이 사건 때문에 명예퇴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대통령 훈령인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은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고발한 사건이고 소설쓰듯 하는 주장인 데다 검찰은 1년 6개월 동안 손도 안 대고 있는 것을 수사 중인 사안으로 봐야 하느냐. 기꺼이 조사받겠다고 해도 검찰이 부르지 않았다. (그는 경찰 내부망에도 “검찰이 출석 요구는커녕 서면 질의조차 없던 사건이 명예퇴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소설 같은 고발장이 접수된 이번 사건에서 피고발인 신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퇴직 제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명퇴 제한될 이유가 없다. 검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으니 상식과 신뢰에 입각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해주리라 본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