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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연하 베트남 부인, 입국 3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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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8 13:21:08 수정 : 2019-11-18 15: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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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혼인 건수 최고치 찍었지만… 이주 여성 10명 중 4명 “폭력 경험”

입국 3개월 만에 25살 연하 베트남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은 말다툼 끝에 홧김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4000여건으로 2014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지만 아직 이주민 여성들을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할 대책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보수정당에서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입당, 화제를 뿌렸던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전 의원은 "이주민들의 보편·기본적 권리를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라며 자신이 다시 정치권, 그 것도 진보정당에 들어온 이유 중 하나로 ‘이주민 여성 보호책’ 마련을 꼽았다.

 

◆입국 3개월만에 남편 손에 살해 당한 베트남 여성

 

경기 양주경찰서는 베트남 국적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살인 등)로 A(55)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새벽 양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아내 B(30)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씨는 B씨의 시신을 고향인 전북 완주로 옮긴 후 임야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7년 베트남에서 결혼한 이들 부부는 약 3개월 전 한국으로 와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SBS가 보도한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남편으로부터 생활비 압박 등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남동생은 “혼자 있는데 용돈도 안 주고 먹을 것도 안 사줬다고 했다”며 “누나가 저한테 (직장) 알아봐 달라고 계속했고. (남편이) ‘네 생활은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런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오기 전에 누나는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남편 잘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며 슬퍼했다.

 

생활비로 압박하던 A씨는 막상 아내가 직장을 알아보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도 했다. 17일 오후 긴급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부 사이 여러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B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등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의당에 입당한 이자스민 전 의원(왼쪽)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연합뉴스

◆다문화 혼인 건수 최고치 찍었지만… 이주 여성 10명 중 4명 “폭력 경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3777건으로 4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결혼 이주민 숫자는 약 3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약 80%는 여성이지만 이들 대다수는 가정 내에서 여전히 ‘약자’란 지적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결혼이주여성 920명 가운데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가정폭력 유형은 심한 욕설이 8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한국 생활 방식 강요(41.3%), 폭력 위협(38%), 생활비 미지급(33.3%), 성행위 강요(27.9%), 부모·모국 모욕(26.4%)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비율(37.1%)이 요청하는 비율(27%)보다 높았다.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25%), ‘누구한테 요청할지 몰라서’(20.7%),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20.7%) 등이 이유였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지난 11일 입당식에서 “난민법이 있어서 법상으로 (이주민보다) 난민이 훨씬 더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주민들의 보편·기본적 권리를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 귀화한 이 전 의원은 서울시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 다문화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으며 현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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