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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외국인도 지역건보 의무 가입… 난민들 부담 커졌다

입력 : 2019-06-19 19:31:14 수정 : 2019-06-19 23: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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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 1만원 내다 1월부터 8만원으로 / 체납 우려 커 체류지위 박탈 가능성 / 전문가 “소득 수준에 맞게 산정을” / 복지부 “법무부와 관련 내용 협의”

4년 전, 어렵게 난민 인정을 받은 아프리카 출신 A씨는 지난 1월 건강보험료 통지서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는 매달 1만원가량 부담해 왔는데 이번에는 약 8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해서다.

 

사실상 소득이 거의 없는 A씨는 “한국에서 계속 터전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앞두고 난민 인정자들 사이에서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난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등이 개정되면서 다음달 16일부터 일정 기간(6개월) 이상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반드시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올해 1월부터 외국인에 대한 보험료 산정방식도 바뀌면서 소득과 재산 수준으로 계산한 보험료와 전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올해 기준 11만3050원) 중 더 높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평균보험료에서 30%를 감면받긴 하지만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도 개정된 외국인 기준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B씨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국내에 체류할 자격을 주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얻었다. 현재 B씨 부부와 어머니, 자녀 5명까지 모두 8명이 월 12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시리아에서 총상을 입은 B씨와 청력이 좋지 않은 아내를 대신해 성년 자녀 1명만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B씨 가족은 개정된 시행령 등에 따라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면서 다음달부터 보험료로 약 24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 35만원에 보험료까지 나가면 당장 식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은 우리나라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걱정하는 것처럼 (건보료 먹튀를) 우려할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시행령 등 개정을 통해 가구원의 인정 범위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줄인 것도 부담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B씨의 경우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성인 자녀 1명까지 총 3명이 각자 따로 보험에 가입해야 해서 보험료가 약 24만원까지 상승했다. 보험료가 체납되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것은 물론 강제 추방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조주연 아시아평화를 향한 이주 MAP 활동가는 “인도적 체류자는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데 (복지부가) 법무부와 체납정보를 공유하기로 해서 체류기한 연장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도 우리 국민처럼 수입과 소득 수준에 맞게 보험료가 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평균보험료를 하한선으로 두지 말고 소득이 없을 경우에는 낮은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공공사회학)는 “외국인의 잘못된 건강보험 혜택을 막는 건 필요하지만 여기에 난민이 포함되진 않는다”며 “(난민도) 취업하면 보험료를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입이 없는 경우에는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난민 보험료 책정 방식에 대해 복지부에 시정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무가입 등에 대한 하위 법령 개정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 난민들의 보험료 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며 “법무부와도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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