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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한국당 '율사전성시대' [뉴스인사이드]

입력 : 2019-02-16 13:45:00 수정 : 2019-02-15 16: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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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서보다 법치 중시… 당권 도전 3인 모두 법조인 / 황교안 1981년 사시 23회… 대표 공안통 / 오세훈 사시 26회… 환경 변호사로 유명 / 김진태 사시 28회… 검사하다 변호사로 / 원칙 바로세우기 강점… 유연성 다소 부족 / 비법조인 “정부 실정 지적할 경제통 없어 / 이러니 '법률가당'이란 소리 들어" 우려
자유한국당이 다시 한번 ‘율사(律士)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2·27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기호 순번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은 모두 법조인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은 둘 다 검찰 출신이고, 오 전 시장은 환경 변호사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당 대표 부재 상태에서 원내를 이끌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고, 남편은 현직 부장판사다. 법조인 출신의 한국당 중진 의원들은 “법조인 출신들은 원칙과 기준이 좀 더 분명하게 있다는 점에서는 강점”이라면서도 “그러나 통합과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운 측면도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세 후보자들 중 법조 재직 경력이 제일 긴 사람은 황 전 총리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83년 청주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해 30여년을 법무·검찰에 몸담았다.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검사 등을 거친 검찰 내 대표적 ‘공안통’이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재직 당시 ‘삼성 X파일’ 사건 등을 진두지휘했다. 검사장 승진 이후에는 대구·경북(TK)지역인 창원지검장과 대구고검장을 지냈고,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오 전 시장은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바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등을 지내며 환경운동 변호사로 활동하던 1993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일조권 재판’에서 승소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김 의원은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해 1992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을 시작으로 대구지검 의성지청, 창원지검 검사,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등을 지냈다. 2009년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 3년 뒤인 2012년 금배지를 달았다.

법조인 출신들이 당권 주자를 싹쓸이하고 중책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는 데는 뚜렷한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당이 여전히 다양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역시 공통된 목소리었다. 검찰 출신 4선 의원인 김재경 의원은 “우리 당이 원래 ‘교수·법조당’이라고 비아냥을 많이 받아왔다.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우리 당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우리 당의 옛 당대표와 원내대표 중 판검사 출신만 해도 안상수·박희태·홍준표 전 대표, 황우여 전 원내대표 등 줄줄이 있지 않았느냐”고 언급했다. 그는 “정치가 원칙만 바로 서면 분란도 없어진다”며 “지난 공천 과정에서도 그렇고 지금은 아무런 질서가 없다. 그게 모든 악의 근원이었는데, 법조인이 당대표 되면 진짜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지키고 민주적인 공천 절차를 하겠다는 사고가 비법조인에 비해서는 높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다 법조인 출신이니 하등 이상할 게 없다”며 “아무래도 국가가 점점 독재니 인치니 이런 데서 벗어나서 법치로 가는 상황인 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아무래도 법률 관계를 잘 아는 법조인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강점이 있다”면서도 “반면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출신인 곽상도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게 통합인데 법조인들이 조금 약한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곽 의원은 “법치라는 잣대로 ‘맞다, 아니다’로 선을 긋기보다는 이념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해 사람을 통합하고 모아야 하는데, 결국 이분들 입장에서는 전공 분야보다는 비전공 분야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곽 의원은 “법조인 출신들은 현행법과 실정법 위주로 생각을 하다 보니 정치적인 유연성이 필요한 부분이나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는 부분이 다소 약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복지정책이나 행정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는 법치적인 판단보다는 행정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그런 부분은 비법조인들이 잘한다. 법조계 출신이란 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 경인TV 스튜디오에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는 27일 치러질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진태, 오세훈, 황교안(가나다순) 후보가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나 원내대표에 대해 “나 전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현안이 있을 때 관련 자료를 본인이 다 직접 읽어보고, 결정을 해야 할 때도 본인이 직접 결정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비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다.

경제통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율사 출신들이 당 대표 경선에 대거 뛰어들면서 정작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을 앞장서서 공격하고 지적할 경제통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니 ‘율사당’ ‘법률가당’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율사 출신들이 어딜 가서든 말도 잘하고, 의원 하다가 안 되면 변호사 개업하면 되니 뒤도 든든하지 않으냐”며 “반면 관료 출신 의원은 배지 안 달면 끝”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당 대표는 태극기부터 합리적인 보수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근데 법조인들이 대거 포진한 법사위를 한번 봐라. 만날 파행이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장혜진·이창훈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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