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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석서 평균 60.83점 합격생으로…서경석, 오만의 성채가 허물어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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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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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육사 수석도 지켜주지 못한 ‘수십억원대 무지’의 대가…1평 책상서 오답 노트로 재건한 실전가적 삶

서울대 불문과 학사 및 육군사관학교 수석 합격. 서경석의 이력은 대한민국 엘리트의 정답지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가 서 있는 곳은 눈부신 조명 아래가 아닌 낯선 법전과 공인중개사 자격증 사이다. “내 판단이 다 맞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고백은 스스로 쌓은 성채가 허물어졌음을 시인하는 자기반성이다. 자기중심적 확신이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였음을 직면하는 순간부터 그의 기록은 다시 시작됐다.

한때는 오판조차 실력이라 믿었던 엘리트의 고집.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한때는 오판조차 실력이라 믿었던 엘리트의 고집.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그의 시련은 자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방송인으로서 전성기를 누리며 벌어들인 수입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사실 그가 가졌던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의 뿌리는 20대 초반부터 싹텄다.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고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퇴를 선택했을 때 그는 언제든 다시 시작해 정상에 설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10개가 넘는 사업체에 동시에 투자하며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한 것은 그 연장선이었다. 투자 전문가의 조언보다 자신의 지능을 더 신뢰했고 시장의 지표보다 자신의 직관을 앞세웠다.

 

결과는 참혹했다. 2021년 당시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십억원의 자산이 증발했고 10개 사업 중 제대로 남은 것이 없다”며 텅 빈 통장 잔고를 공개했다. 서울대 졸업장은 자본의 냉혹한 논리 앞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했다. 자신의 판단이 늘 정답일 것이라 믿었던 엘리트의 확신은 숫자라는 냉정한 수치 앞에서 틀렸음이 증명됐다. 수십억원의 손실액은 그가 지불한 가장 값비싼 ‘똑똑함의 대가’였다.

 

돌연 공인중개사 시험에 매달린 이유는 단순히 자격증 취득의 목적이 아니었다. 부동산 투자 실패로 큰 손실을 본 뒤, 자신이 왜 좌초했는지 그 근원을 공부로 규명하려 했다. 부동산 원론과 민법을 파고들며 자신이 투자 현장에서 저지른 실책들을 복기하는 과정이었다. 즉 공인중개사 공부는 그에게 있어 동력을 잃은 인생을 복구하기 위한 지식적 재기이자 무너진 자존심을 일으켜 세울 돌파구였다. 연예인 서경석이 아닌 수험생 서경석으로서 스스로를 맨바닥에 던져 넣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마주한 심리적 붕괴는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방송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도 팀에 폐가 될까 봐 촬영을 강행했던 일화를 고백했다. 당시 그는 “내가 아픈 것보다 나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는 것이 더 싫었다”며 주변의 도움이나 배려를 받는 것을 스스로의 유능함에 대한 오점으로 여겼음을 털어놨다.

‘독단적 책임감’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는 고통스러운 고백.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독단적 책임감’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는 고통스러운 고백.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이에 오은영 박사는 그를 향해 “내가 안 도와주면 큰일 날 줄 안다는 것은 지독한 오만이다”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모든 상황을 타인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이 통제하고 책임지려 했던 강박이 결국 투자 실패와 번아웃으로 이어졌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타인의 조력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혹사하며 쌓아온 ‘가장의 무게’가 사실은 독단적인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수용하자 그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완벽이라는 강박이 무너진 자리에는 비로소 자신의 무지를 시인한 엘리트의 담백한 자화상이 스튜디오를 채웠다.

 

시험장 분위기는 냉혹했다. 50대 나이에 자격증 시험장에 나타난 그를 보며 주변 수험생들은 술렁였다. 이미 방송을 통해 그의 사업 실패와 경제적 위기가 알려진 터였다. “서경석도 전 재산 날리고 이거 따러 왔냐”는 노골적인 수군거림이 등 뒤를 찔렀다. 그는 1평 남짓한 책상에서 고개를 숙인 채 컴퓨터용 사인펜을 쥐고 버텼다.

서울대 졸업장을 덮고 계산기와 문제지로 증명한 ‘엉덩이’의 재건 시간. 서경석 인스타그램
서울대 졸업장을 덮고 계산기와 문제지로 증명한 ‘엉덩이’의 재건 시간. 서경석 인스타그램

 

공인중개사 시험은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을 넘겨야 합격한다. 그는 평균 60.83점이라는 아슬아슬한 점수로 합격했다.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턱걸이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순간, 그가 얻은 것은 자격증이 아닌 자신의 한계에 대한 대면이었다. 압도적 학벌이 아닌 오직 인내로 버틴 시간만이 부서진 삶을 재건하는 유일한 도구임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합격 이후 그는 익숙한 방송 복귀 대신 실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실무 교육을 받으며 바닥부터 다시 현장을 익혔다. 남의 합격을 응원하던 모델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중개하는 실전가로 변신한 것이다.

 

서경석의 시련과 재건은 단순한 가십이 아니다. 성공의 공식만을 맹신하다 삶의 경로를 이탈한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전 재산을 잃고 얻은 것은 돈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의 비용이었다. 오만함의 벽을 허물고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의 노동은 시장에서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심이 무엇인지 숫자로 증명한다. 똑똑한 척하며 살았던 50년보다 자신의 무지를 받아들이며 보낸 공부의 시간은 그에게 100점의 정답지보다 값진 ‘오답 노트’를 남겼다. 이제 그는 완벽이라는 허상을 벗어던지고 정답이 없는 세상과 정직하게 마주하고 있다.

치열했던 과거의 자신을 비로소 긍정하며 건네는 평온한 미소.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치열했던 과거의 자신을 비로소 긍정하며 건네는 평온한 미소.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화면 캡처

 

금전적 손실을 통해 독단적 오만의 벽을 허문 그가 마주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1등의 자부심을 버리고 얻은 ‘평균 60.83점’의 성적표는 정해진 학벌보다 강력한 실무자의 문법을 그에게 각인시켰다. 정답만 골라냈던 엘리트의 삶을 뒤로하고 오답을 지워나가는 실전가로 거듭난 순간 서경석은 비로소 1등의 정답지보다 값진 인생의 진짜 합격점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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