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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애니 더 편해져…넷플릭스 시청자들이 ‘그 기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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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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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바꾼 콘텐츠 즐기는 방식
‘유니버설 디자인’과 같은 맥락
장애인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도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콘텐츠 업계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시혜적 서비스로 여겨졌던 청각장애인용 자막과 화면해설 등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 보편적 시청 도구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 종로 캠퍼스에서 열린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에서 김재원 아나운서와 허우령 아나운서가 화면해설을 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 종로 캠퍼스에서 열린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에서 김재원 아나운서와 허우령 아나운서가 화면해설을 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날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청각장애인은 44만2000여명이다. 같은 시기 기준 전체 장애인 인구의 약 17%에 해당한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 자체 조사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 콘텐츠 시청 시간의 약 44%가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활용한 시청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청 시간의 절반 가까이에서 청각장애인용 자막이 쓰였다는 얘기다.

 

국내 청각장애인 비율을 훌쩍 웃도는 이 수치는 비장애인 시청자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켜고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대사만 보여주는 일반 자막과 달리,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라거나 ‘멀리서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처럼 상황 정보까지 텍스트로 전달하는 기능이 대중적인 시청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배리어프리 기능을 찾는 이유는 실용적이다. 소음이 심한 대중교통 이용 중이나, 아이가 자는 밤에 볼륨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자막은 필수다. 영화나 드라마의 사운드 믹싱이 사실감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대사 전달력이 떨어질 때 자막은 확실한 이해를 돕는 가이드가 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비장애인도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라며 “어두워서 인물 표정이 잘 보이지 않거나 전개가 빠른 액션에서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슷한 맥락으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콘텐츠를 라디오처럼 듣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화면해설이나 더빙 기능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능 설정 방법은 간단하다. 콘텐츠 재생 화면에서 ‘음성 및 자막’ 메뉴를 열고 ‘한국어-화면해설’이나 ‘한국어(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선택한다. 넷플릭스 검색창에 ‘화면해설’을 입력하거나 카테고리 메뉴에서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콘텐츠만 모아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배리어프리의 진화는 단순히 기술적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점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화면해설을 검수하거나 직접 내레이터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상 속 장면 전환이나 인물의 표정·동작·배경 등 시각적 요소를 음성으로 설명하는 서비스인데, 시각장애인이 콘텐츠의 맥락과 분위기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난 17일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열린 멘토링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난 시각장애인 앵커 출신이자 화면해설 나레이터 허우령 아나운서는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의 또 다른 눈”이라며, 화면해설 시연으로 새로운 직업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당사자의 참여는 자막의 디테일을 바꿨다. 과거엔 단순히 ‘쿵 소리’라고 표기했다면, 이제는 ‘긴장감 주는 째깍째깍 효과음’이나 ‘우아한 국악’처럼 맥락과 감정까지 담아낸다. 이러한 정교한 묘사는 비장애인 시청자에게도 창작자 의도를 더 깊게 전달하는 효과를 낸다.

 

관련 업계에서는 복지 분야의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과 맞닿은 것으로 본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만든 경사로가 유모차를 끈 부모나 무거운 짐을 든 배달원에게도 편리함을 주듯, 장애인을 위한 시청 환경 개선이 전 세대의 콘텐츠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에게는 생존인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이 되기도 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작은 배려가 오늘날 우리가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 자체를 더 똑똑하고 풍성하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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