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은 권력이 머무는 공간이자 질서를 시각화하는 장치이며, 한 사회가 이상적으로 상정한 세계의 축소판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첫선을 보인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는 일본 궁정문화를 화려한 장식의 집합이 아니라, 정제된 문화적 성취의 응축이자 질서의 기술로 읽어준다.
일본은 701년 중국 당(唐)의 정치 제도를 수용한 뒤 나라시대(710∼794)에 체계적인 궁정문화의 면모를 갖췄다. 이후 지금의 교토인 헤이안쿄로 천도하며 시작된 헤이안 시대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무사 정권의 성립으로 한때 쇠락했으나, 에도 막부 시기 다시 복원되며 전통으로 이어졌다.
도쿄국립박물관과의 협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39점의 유물을 통해 일본 궁정문화의 형성과 변화를 조망한다. 전시는 연대기적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궁정이라는 공간에 녹아든 회화·복식·의례·음악·실내 장식의 형식과 사용 방식을 따라 일본 궁정문화의 성격을 보여준다.
일본 궁정의 정전(正殿)인 시신덴 어좌 뒤편에 설치됐던 장지문 회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을 구획하고 시선을 통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장지문에 그려진 중국 성현 32인은 당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은 뒤 긴 시간을 이어온 일본 궁정 문화의 전통과 특색을 보여주는 주요 유물로 여겨진다.
관료와 궁인이 착용했던 정복 등 전통 복식도 소개한다. 상·하의를 여러 벌 겹쳐 입고 뒷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궁정 의례의 종류와 모습을 담은 화첩과 일본 전통 궁정 음악인 가가쿠·부가쿠 관련 복식, 악기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다른 나라 왕실과 왕실 문화를 소개하는 6번째 전시다. 24일부터는 매일 오후 2시 전문 안내원의 해설이 진행된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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