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 마더 시스터…’ 31일 개봉
겉보기에는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31일 개봉·사진)는 그 차가운 절제의 감각에 스며드는 순간 뜻밖의 울림을 전하는 영화다.
영화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파더’에서 중년 남매는 미국 뉴저지 외딴 시골에 혼자 사는 아버지(톰 웨이츠)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그러나 가족 간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때로는 긴 침묵이 흐른다. 오래되고 허름한 집과 고물 자동차, 생계를 어떻게 꾸리는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남루한 모습이 비치지만, 딸은 아버지의 손목에서 빛나는 롤렉스 시계가 모조품이 아님을 알아챈다.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빈곤한 노년’을 교묘하게 연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 ‘마더’ 편에서는 자매가 어머니(샬롯 램플링)의 아일랜드 더블린 저택을 방문해 티타임을 가진다. 핑크빛 머리에 디자이너 핸드백을 든 작은딸 릴리스는 화려한 외양과 달리, 우버 택시도 부르지 못하는 금전적 어려움 속에서 체면을 지키려 거짓말을 한다. 우아한 취향을 가진 노부인 어머니는 딸들이 없는 사이 전화상담 치료를 받으며, 딸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다. 마지막 장면, 세 모녀는 우버를 기다리며 문간에 서 있다. 서로에게 할 말은 없고, 어색한 침묵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마지막 ‘시스터 브라더’ 편은 프랑스 파리에서 전개된다. 남녀 쌍둥이는 최근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가 살던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찾아 남은 물건들을 살핀다. 젊은 시절 부모의 사진과 몰랐던 위조 신분증, 가짜 결혼증명서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자무시 감독 영화답게 극적인 사건은 없다. 톰 웨이츠, 아담 드라이버, 샬롯 램플링, 케이트 블란쳇 등 정상급 배우들의 등장도 볼거리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해서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작은 비밀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해와 오해는 늘 가까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함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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