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에 너도나도 주식 투자
10월 신규계좌 39만개… 5월의 3배
투자 않던 저소득층 대거 유입 관측
금값·환율 영향 “현금은 손해” 공포
주식투자자 절반 평균 931만원 손실
고점에 샀다 변동성 커지자 손절매
자산·경험 적을수록 주가 변화 취약
등 떠밀리듯 투자… 되레 독으로 작용
회사원 김모(32)씨는 올해 중순부터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11월 초 생전 처음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원래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이 못 돼 예·적금을 고수한 그였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복사’ 중”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초조해져서다. 올 하반기 들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과 코인 가격, 원·달러 환율 등도 그를 ‘포모(FOMO·소외 공포)’에 빠뜨렸다. 김씨는 “부동산은 언감생심이고 현금 빼고 모든 게 오르는데 그냥 앉아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그냥 계좌 개설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하며 지난달 실질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반면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25일 기준 60.8%로, 전 세계 독보적 1위다. 이재명정부의 상법개정안 등 주주 친화 정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파죽지세로 치솟은 결과다. 4200선을 돌파하고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4일(4226.75)에는 상승률이 76%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평균 1000만원에 육박하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국내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고점에 주식을 샀거나 하루 150포인트가 넘는 변동성에 압도돼 손절매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세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벌어지는 ‘K자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 경험이 풍부하고 투자금이 충분한 고소득층에게는 자산을 더 불릴 기회이지만 포모에 등 떠밀린 저소득층에게는 오히려 자산을 까먹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0월 신규 증권계좌 40만개 육박
26일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에서 개설한 신규 계좌는 10월 기준 39만393개(주식 위탁계좌에 한정)로 집계됐다. 이는 5월(13만1847개) 대비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재명정부 들어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대주주 기준 강화안 등을 철회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때마침 반도체 슈퍼사이클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장기간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기존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대거 계좌를 개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든 데는 장기간 이어진 코스피 ‘불장’ 외에도 원·달러 환율, 금값 상승에 따른 현금 가치 하락도 한몫했다. 올해 4월 장중 2284.72로 저점을 찍었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간 이어진 상승세로 11월 한때 4200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초 12만6000원대였던 금값 역시 상승세를 타며 10월 장중 처음으로 23만원을 돌파했다. 반면 6월 13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70원을 웃돌기도 했다.
◆코스피 널뛸 때 신규 계좌 몰려
김씨와 같은 신규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코스피가 고점이던 10월 말∼11월에 투자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월별 신규 위탁계좌 개설 규모를 보면 5월 13만1847개, 6월 15만5097개, 7월 21만2834개, 8월 19만8091개, 9월 25만9808개, 10월 39만393개로 매월 급격히 증가했다. 문제는 코스피가 이 시기부터 4170.63으로(13일 종가 기준) 고점을 찍은 뒤 박스권을 형성, 하루 150포인트 이상 빠지고 오르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승세 초기에 진입해 수익률이 높거나 충분한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 높은 변동성을 견디기 어렵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주식 잔액을 보유한 고객 240만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손실을 본 투자자는 54.6%로 과반이었으며, 1인당 평균 손실액은 931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이날은 장중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4100을 돌파한 날이었다. 본격적으로 변동성 장세가 시작한 11월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 투자자 저소득층 가능성 높아
‘K자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본 다수가 저소득층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위 금융자산 중 주식, 펀드, 채권 등 위험자산(투자자산) 비중은 22%(평균 6933만원) 이상인 반면 1분위 가구의 투자자산 비중은 약 9%(평균 338만원)에 불과하다. 고위험 투자 경험이 풍부한 고소득층의 경우 코스피 상승 국면 초기부터 주식을 보유했을 확률이 높고 그 규모도 상대적으로 월등한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코스피 진입 시기가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저소득층의 경우 위험회피 성향이 고소득층에 비해 훨씬 높아 주식을 잘 안 하고 금융 경험이나 지식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코스피 상승세에 투자에 뛰어들었더라도 최근 높은 변동성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탕주의’에 따른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6조8358억원(19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반대매매(신용으로 주식을 매매한 투자자의 주식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 이를 회수하는 것)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158억원으로, 2023년 10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고위험 고수익인 레버리지사장지수펀드(ETF)의 75%가 개인투자자다. 투자 공부는 하지 않고 사실상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셈”이라며 “이들이 인생을 걸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바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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